서울시향, 정명훈 재계약 보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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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부인 ‘박현정 음해 사주의혹’ 일파만파
鄭, 12월말 예술감독 지위 상실
1월 재논의… 공연은 예정대로

재계약案 손에 들고 28일 오전 서울시향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으로 들어가던 최흥식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최 대표가 손에 둥글게 말아 쥔 문서는 정명훈 예술감독과의 재계약안.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재계약案 손에 들고 28일 오전 서울시향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으로 들어가던 최흥식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최 대표가 손에 둥글게 말아 쥔 문서는 정명훈 예술감독과의 재계약안.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시립교향악단 직원과 정명훈 예술감독의 부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계약을 무리하게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서울시향 A 이사)

“정 감독이 재계약에서 연간 보수로 기금을 조성한다고 하는데 혹시 이게 세금 회피용으로 이용될 가능성은 없습니까.”(B 이사)

“계약 기간이 3년인 건 지금 상황에서 너무 긴 것 아닙니까.”(C 이사)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4시간 가까이 열린 서울시향 이사회(이사장 신헌철)에서는 최흥식 대표가 마련한 정명훈 감독(사진)의 재계약 조건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최 대표와 서울시 간부 2명 등 3명의 당연직 이사를 포함해 총 10명이다. 예술감독은 시향 이사회가 추천해 이사장이 제청하면 서울시장이 임명한다.

서울시향 안은 △계약 기간 3년 △연봉 2억7000만 원과 1회 지휘료 4900만 원 등 정 감독의 보수를 서울시향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 △불명확한 항공료 숙박비 기준 마련 △외부 겸직과 출판 광고 등 대외 활동 허용 등을 주요 내용을 삼았다. 그러나 일부 이사는 계약 기간과 보수, 외부 겸직, 출연 규정에 대한 전반적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이사는 “서울시향이 정 감독을 붙잡는 데 몰두한 나머지 재계약 내용에 부실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성추행 및 막말 의혹과 관련해 정 감독의 부인 구순열 씨의 입건과 직원 수사에 대한 우려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구 씨는 정 감독의 비서였던 백모 씨에게 박 전 대표의 성추행 의혹 제기를 사주한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결국 이사회는 이날 재계약을 보류하고 정 감독과 추가 협의를 한 뒤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이사회를 열어 수정안을 재논의하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정 감독은 올 연말까지 계약된 예술감독 지위를 내년부터 일단 상실한다. 하지만 정 감독은 재계약과 관계없이 내년 공연은 하기로 공언한 상태여서 당장 1월 9일 브루크너 교향곡 연주회 등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들의 지적에 따라 우선 정 감독과의 계약 기간은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일단 올해처럼 계약을 ‘1년 연장하는 안’을 가지고 정 감독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시향은 시향 발전을 위해 정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부인 구 씨의 사주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게 사실이라면 정 감독과 재계약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 여론도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서울시향의 한 관계자는 “가장 걱정되는 것은 부인에 대한 수사가 본격 진행되고 심지어 정 감독도 수사 대상에 포함되면 올 8월처럼 재계약을 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서울시향#정명훈#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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