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에 학교 문 닫는다니…

  • 동아일보

서울 개포中 2017년부터 휴교… 現 1학년, 2년뒤 더부살이 할판
학부모 “강제전학 학생피해 불보듯”… 학교측 “1년 늦춰달라” 건의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재건축 사업으로 인해 이곳에 위치한 개포중이 2017년 휴교한다. 현재 1학년 학생들은 전학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강남교육지원청은 17일 “개포지구 재건축 정비 사업 공사로부터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학교 건물을 개축하기 위해 개포중을 2017학년도부터 휴교하고,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지원청은 다음 달 1일까지 이와 관련한 주민 의견을 받는다.

계획대로라면 교육지원청은 개포주공 1∼4단지와 개포시영아파트, 개포우성 6차 아파트, 구룡마을 인근 지역 초등학교 졸업생들은 개포중을 제외한 인근 중학교로 배정한다. 또 개포중은 신입생을 받지 않은 상태로 내년까지 운영한 뒤 2017년에 3학년이 되는 현재 중1 학생들을 동일 학군 내 다른 중학교로 전학시킬 계획이다. 교육지원청은 2020년으로 예정된 개포지구 택지 개발 사업이 완공된 후 다시 학교를 열기로 했다.

3학년 때 강제로 전학해야 하는 학생들(현 중1)은 70여 명. 교육지원청과 개포중에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17일 오전 개포중 교장실을 찾은 학부모들은 “3학년 때 전학해야 한다는 점을 모르고 있었다”며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이렇게 갑자기 결정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전학으로 인한 수업 적응은 물론이고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학생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한 학부모는 “강제로 전학을 가면 당장 교복부터 바꿔야 하고 예상치 못한 손해도 많을 텐데 누가 보상해 줄 거냐”라며 언성을 높였다.

강남교육지원청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재건축 기준이 잇따라 완화돼 개포지구 아파트 재건축이 급진전되면서 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 학교 측에서는 신입생 미배정으로 학급 수가 줄어들면 교사 수도 줄어들게 돼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어려울 것을 걱정하고 있다. 신입생이 없으면 내년에는 2학년 4개 반, 3학년 5개 반에 불과한데 정상적인 수업을 위해서는 최소 10개 학급은 필요하다는 것. 이 때문에 개포중은 교육지원청에 적정 학급 수를 유지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또 학교 측은 현재 1학년 학생이 개포중에서 졸업할 수 있도록 휴교를 1년 늦춰 줄 것도 건의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개포지구 공사가 한창일 시기여서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고, 4개 반을 위해 모든 과목의 교사를 배치하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재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교원 증원 배치 등 정상적 교육 활동을 위해 다각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신입생 미배정 여부 등은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달 중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아파트#재건축#학교#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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