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교장공모제

  • 동아일보

학부모는 67%가 “찬성” vs 교직원은 절반 가까이 “반대”
서울시교육청 22개 초중고 조사

각 학교의 요구에 맞는 교장을 공개 모집하는 ‘교장공모제’를 두고 학부모와 교직원들이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장공모제를 선호하는 반면 교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 1일자 교장 임용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에 공모제를 신청한 서울시내 초중고교는 22곳. 이 학교들의 학부모와 교직원을 상대로 교장 공모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73%에 해당하는 16개 학교에서 학부모의 찬성률이 교직원의 찬성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2개 학교 학부모들의 평균 찬성률은 67%에 달했지만 교직원들은 53%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심지어 A초등학교는 단 한 명의 교직원도 찬성하지 않았지만 학교운영위원회가 학부모들의 의견(찬성률 75%)을 존중해 시교육청에 교장 공모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시에서 올해 2학기에 공모 교장이 부임하는 학교는 신청 절차 없이 규정에 따라 교장공모제를 시행해야 하는 자율형공립고 2개교를 포함해 총 24곳이다.

교직원과 학부모의 입장이 다른 것은 공모 교장에 대한 평가와 관련이 깊다. 승진이나 전보로 임명되는 기존 교장과 달리 공모 교장은 여러 단계의 평가를 거쳐 선발된다.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들이 1차 심사를 하고, 교육청 공모교장심사위원회의 2차 심사를 거쳐 교육감이 1명을 추천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교장 지원자는 학교 운영, 교직원 관리 및 지원, 지역사회 연계 활동 등이 포함된 학교경영계획서를 제출해 평가를 받고, 부임한 뒤에도 임기 4년 중 절반이 지나면 중간평가를 받아야 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 방식으로 임명된 교장에 비해 공모 교장들은 지원할 때 약속한 계획을 이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며 “교장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많고 교직원들을 독려해야 할 일도 많다”고 말했다.

공모 교장이 이행해야 할 목표는 교직원들에게는 수행해야 할 과제가 되기 때문에 일부 교직원들은 업무 부담이 늘 것을 우려하기도 하고 기존과 다른 방식 때문에 어려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학부모들은 공모 교장이 적극적으로 학교를 운영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교장공모제를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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