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창경궁 또 ‘밤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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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부터 여름 야간관람… 예매 시작 10분 만에 티켓 매진
최고 수십배 비싼 암표거래 활개… 문화재청 “신분증 확인후 입장”

6일 한 온라인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 경복궁과 창경궁 야간 관람 암표 관련 게시물이 100건 넘게 올라와 있다. 인터넷 화면 캡처
6일 한 온라인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 경복궁과 창경궁 야간 관람 암표 관련 게시물이 100건 넘게 올라와 있다. 인터넷 화면 캡처
직장인 이진석 씨(30)는 5일 또 한 차례 ‘예매 전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시도한 경복궁 야간 관람 예매에 또 실패한 것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옥션 티켓’과 ‘인터파크’ 두 곳에서 인터넷 예매로 진행된 경복궁·창경궁 야간 관람 예매는 각각 시작 5분과 10분 만에 매진됐다. 여자친구에게 특별한 데이트를 선물해 주고 싶었던 이 씨는 ‘암표’라도 구해 봐야겠다는 심정에 한 인터넷 중고거래 커뮤니티를 둘러봤다. 하지만 정상 예매가(경복궁 3000원, 창경궁 1000원)보다 적게는 5배, 많게는 20배까지 부르는 가격에 마음을 접어야 했다.

고궁 야간 관람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정상가를 크게 웃도는 암표 거래가 활개를 치고 있다. 5일 오후 2시 인터넷 예매가 5분 만에 매진된 직후 인터넷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는 티켓 거래 관련 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거래가 완료돼 삭제된 게시물을 제외하더라도 예매 종료 하루가 지난 시점(6일 오후 2시)에 올라온 관련 게시물만 100건이 넘었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암표 가격은 정상 예매가보다 훨씬 비싼 1만∼2만 원에 이르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마다 보름 정도씩 오후 7시 30분∼10시에 경복궁과 창경궁 야간 개방을 실시하고 있다. 올여름 야간 개방은 8월 12일부터 28일(18일, 25일 휴무)까지 15일간 진행된다. 하루 최대 입장 인원은 2500명씩이며 1인당 4장까지 입장권 예매가 가능하다.

매번 암표 거래가 극성을 부리자 문화재청은 관람객의 신원 확인을 강화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번 야간 개장을 앞두고 문화재청은 “입장 시 예매자와 관람객이 동일 인물인지 신분증을 확인한 뒤 입장시키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온라인상에는 “동반 입장은 괜찮다” “표만 예매자가 받아서 주면 문제없다”는 등의 얘기가 오가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경찰을 현장에 배치하고 암표 거래가 이뤄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지만 암표 자체를 완전히 근절하기 어려워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암표를 거래하다 적발되면 경범죄로 처벌돼 최대 2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가의 10배를 주고라도 사려는 사람이 있다 보니 암표 가격이 계속 치솟고 암표 거래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암표를 찾는 수요가 줄어야 암표상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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