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휴무? 中企도 웃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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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 중소기업 “임시휴일 먼 일”… 직원들 “대기업 친구 부러울 뿐”
정부, 혜택 골고루 누릴 방안 찾아야

광복절 하루 전인 14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경제적 효과가 1조3000억 원이라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예상치 못했던 연휴가 생긴 덕분에 ‘미니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이 늘어 여행사마다 문의가 폭주하는 등 관광업계는 이번 특수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 등 대기업에서도 유급휴일로 정하는 등 임시공휴일 지정 효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런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며 울상이다.

인천 서구에 사는 주부 한상희(가명·27) 씨는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4일이 두렵다고 한다. 초등학생 아들이 다니는 돌봄교실과 두 살 된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이날 모두 쉬기 때문이다. 반면 생산직 사원인 한 씨의 남편은 공장이 쉬지 않기 때문에 이날 출근해야 한다. 한 씨는 “뜻밖의 휴일이 생겼다며 휴가계획을 세우는 친구들과 달리 나는 생후 70일 된 막내까지 세 자녀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며 “임시공휴일이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주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키로 한 정부의 결정을 두고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계층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직원 서모 씨(55)는 “14일에 고등학교 교사인 아내와 공공기관에 다니는 딸을 집에 두고 회사로 가야 할 것 같다”며 “대기업의 납품 일정에 맞춰 매일 생산계획이 짜여 있기 때문에 회사가 갑자기 작업라인을 멈추긴 어려울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자영업자들도 임시공휴일 지정이 반갑지 않은 분위기다.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의 식당들은 매출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몰려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식당 업주 황모 씨(55·여)는 “평일 하루 매출이 180만∼200만 원이었는데 요즘은 휴가철이라 150만 원밖에 못 번다”며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인에게 하루 장사를 관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약 500만 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해 면제되는 통행료만 18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부는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로 발생하는 손실분을 국고로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통행료를 보전해주지 않는다면 그대로 공사의 손실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kyu@donga.com·김민 기자

노아름 인턴기자 경희대 철학과 졸업
#휴무#14일#임시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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