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들이 아빠를 찾아요… 한국男 20명 사진-실명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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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필리핀 혼혈아 ‘코피노’

‘위 러브 코피노(WLK)’ 대표 구본창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해당 웹사이트 캡처
‘위 러브 코피노(WLK)’ 대표 구본창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해당 웹사이트 캡처
‘코피노 아이들이 아빠를 찾습니다! 만약 당신이 필리핀에 두고 온 아이가 있다면? 만약 당신이 아래 사진의 코피노 아빠를 알고 있다면?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코피노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한국 남성들의 실명과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코피노는 코리안(Korean)과 필리핀 사람을 뜻하는 필리피노(Filipino)의 합성어로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를 지칭한다.

코피노 소송 지원 단체인 ‘위 러브 코피노(WLK)’ 대표 구본창 씨(52)는 코피노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남성들의 명단을 지난달 10일부터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하고 있다. 명단에는 해당 남성의 사진과 신상 정보가 자세히 적혀 있다. 명단에 오른 남성은 20명에 이르며 이 중 6명은 당사자의 요청 등으로 명단에서 삭제됐다. 구 씨는 “일부 남성은 뜻하지 않게 연락이 끊어졌다며 다시 여성과 아이를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사진을 내리기 위해 연락한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구 씨는 코피노 K 씨(25·여)가 4월 15일 게시한 페이스북 글을 보고 ‘코피노 아빠 명단’을 작성하기로 결심했다. K 씨는 아버지 정모 씨를 찾아 달라며 사진과 실명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구 씨에 따르면 정 씨는 1988년부터 1990년까지 필리핀에서 H건설 직원으로 근무했고 한국으로 떠난 뒤 연락이 끊겼다. 현재 명단에는 정 씨와 K 씨 모녀의 사진이 함께 공개돼 있다.

구 씨는 “코피노의 엄마 혹은 코피노 본인이 아버지를 사진과 이름만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 K 씨처럼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해 제보를 받아 명단을 작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 씨의 글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퍼져 2000여 명이 ‘공감’했고 댓글 100여 개가 달렸다. 일부 누리꾼은 ‘응원한다’ ‘아빠를 꼭 찾길 바란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버지를 찾으려는 코피노에 대한 동정론이 일지만 신상 공개에 따른 피해도 우려된다. 구 씨는 명단에 공개된 20명의 정보가 모두 코피노나 코피노의 엄마에게서 받은 내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코피노의 아버지인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잘못된 개인정보 노출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법무법인 율터 신현호 변호사는 “온라인에 글을 올렸기 때문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구 씨는 “코피노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 싶어 법적 문제가 있을 것을 알고도 명단을 작성했다”며 “당분간 공개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코피노 지원 활동을 해 온 이현숙 아동성착취반대협회(ECPAT) 한국 공동대표는 “명단 공개가 아버지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에 그런 공개 방식을 한편으론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남성은 물론이고 한국의 가족도 상처를 받을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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