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車 때문에…공부하다 늦은 딸 경운기 태워오다 부녀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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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시험 공부를 하느라 늦게 귀가하는 딸을 자신의 경운기에 태우고 오던 50대가 음주운전 차량에 받혀 숨지고 딸도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충북 옥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9시 20분경 충북 옥천군 청산면 청산대교 앞 편도 1차로 19번 국도에서 윤모 씨(52)가 몰던 1t 화물차가 앞서 가던 김모 씨(58)의 경운기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김 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또 경운기 뒤편에 타고 있던 김 씨의 딸인 A 양(14·중학교 1년)은 사고 충격으로 도로에 떨어지면서 턱관절과 쇄골, 갈비뼈 등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대전의 한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다.

숨진 김 씨는 15년 전 필리핀 여성과 결혼해 슬하에 2남2녀를 뒀고 A 양이 맏딸이다. 평소 김 씨는 4.3㎞ 정도 떨어져 있는 딸의 학교에 하교 시간에 맞춰 가서 A 양을 데려오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다음달 치러지는 기말시험을 앞두고 학교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던 딸을 데려오다 변을 당했다. A 양의 어머니는 수년전 돈을 벌기 위해 타지로 가면서 A 양이 사실상 세 동생의 엄마 역할을 했다고 마을 사람들은 전했다. 이 마을 이장은 “할머니가 계시기는 하지만 워낙 고령(85살)인데다 몸이 불편해 거의 거동을 못 하신다”며 “A 양은 아빠와 함께 매일 아침마다 동생들을 씻기고 아침을 먹여 학교에 보내는 등 엄마와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A 양의 담임교사도 “(A 양이)가정 형편이 어렵고, 세 동생들을 매일 돌보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학교에서는 전혀 그런 내색 없이 밝고 성실하게 생활해 모든 교사들과 친구들이 A 양을 좋아했다. 갑자기 이런 큰 사고를 당해 모두들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를 낸 윤 씨는 이날 정년퇴임한 회사 동료의 송별식에 참석해 술을 마셨으며, 혈중 알코올 농도는 0.24%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사고 당시 비가 내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미처 경운기를 발견하지 못해 추돌했다”는 윤 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특가법상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옥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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