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서 국내 최초 전기발전소 터 확인, ‘건달불’로 불린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7일 16시 53분


코멘트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경복궁 흥복전 권역 중 영훈당이 있던 곳을 지난해부터 발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발전소이자 전기 발상지인 전기등소(電氣燈所) 터를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발전 원료인 석탄을 보관하던 탄고와 발전소 터 등 1887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전기등소 흔적을 확인했다. 아크등(arc lamp)에 사용된 탄소봉, 연대(1870년)가 새겨진 유리 절연체도 출토됐다.

조선 왕실은 미국의 신문물을 시찰하고 온 보빙사(報聘使)의 건의에 따라 1884년 에디슨 전기회사와 전등설비를 위한 계약을 맺고 1886년 11월 미국인 전등기사 매케이(McKay)를 초빙해 이듬해 1월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등소를 완공했다. 발전규모는 16촉광(1촉광은 양초 1개 밝기)의 백열등 750개를 점등할 수 있는 정도였다. 1887년 1~3월에 처음 점등됐으며 건청궁 내 장안당과 곤녕합의 대청과 앞뜰, 향원정 주변의 등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향원지에서 물을 끌어올려 발전을 한 까닭에 ‘물불’이라 불렸다. 불안정한 발전 시스템 탓에 건달꾼처럼 제멋대로 켜졌다 꺼졌다 해 ‘건달불’로 불리기도 했다.

연구소는 “백열전구가 아닌 아크등이 사용된 흔적이 확인돼 앞으로 우리나라 전기 발전사 연구에 있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