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갑천 주변 호수공원-아파트 건설 논란

  • 동아일보

대전시 “시민에 여가와 휴식 제공”, 시민단체 “환경 훼손-지역 불균형”
20일 열린 토론회서 격렬한 공방

대전 도안신도시를 흐르는 갑천 주변을 개발해 호수공원과 아파트를 건설하는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천연 하천을 헤집어 인공호수를 만드는 건 환경을 훼손할 뿐 아니라 대규모 아파트 건립으로 지역 내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0일 시청에서 열린 ‘갑천지구 개발사업 토론회’에서는 격렬한 찬반 공방이 벌어졌다.

○ 추진 폐기 반복하다 규모 늘려 재추진

이 사업은 현재 논밭인 서구 도안동과 유성구 원신흥동 갑천 주변 95만1000m²를 개발해 인공호수를 만들고 아파트 5500가구를 지어 1만5000명을 수용하는 계획이다. 전체 면적의 절반가량은 호수공원이 차지한다. 시는 7월 토지 보상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에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인데 총 사업비로 5300여억 원(보상비 3400여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 사업은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 염홍철 전 시장이 자연친화적 시민 휴식공간과 정주여건을 조성하겠다며 민선 3기(2002∼2006년)에 추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2006년에 당선된 박성효 전 시장은 “그 돈으로 서민 임대주택을 짓는 게 낫겠다”며 사실상 폐기했다. 2010년 재선된 염 시장이 4대강 사업과 연계해 예산을 확보해 재추진하려다 실패하자 사업을 축소했다. 후보 시절 명확한 입장 표명을 미루던 권선택 현 시장은 2월 사업 예산과 규모를 늘려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무호 대전시도시주택국장은 “갑천지구에 자연친화적인 생태호수공원을 조성하면 시민들에게 여가와 휴식, 생태학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쾌적한 정주여건을 부여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개발 도심지역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면 난개발을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 “‘원도심 재생’ 권 시장 공약 어디 갔나?”

환경단체들은 우선 갑천지구가 환경과 생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은 “갑천지구는 도심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희귀종을 포함해 800여 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런 천혜의 환경을 개발해 인공호수공원을 만들고 아파트를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환경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도안신도시의 윤태섭 도안신도시2단계공영개발추진위 사무국장은 “대전의 주택 공급은 100%가 넘었으며 도안신도시 1단계는 당초 도시계획 설계보다 아파트가 이미 공급 초과 상태다. 갑천지구에 추가로 5500가구를 건설하면 주거 및 교통, 교육환경은 심각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갑천지구 개발이 사실상 권 시장의 공약 위반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세종시 유출 등으로 대전의 인구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갑천지구에 아파트를 대규모로 지으면 결국 원도심의 공동화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는 권 시장이 원도심 개발과 재생이라는 자신의 최대 공약을 파기한 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권 시장은 후보시절 갑천지구 개발에 대해 전문가와 논의한 후 검토를 약속했고 당선 후에는 시민경청위(인수위 성격)를 통해 도심 경관 및 생태자원 보전 계획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으니 시민 참여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해놓고 갑작스럽게 규모를 늘려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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