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로스쿨까지 챙기는 ‘엄마모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고교-대학 넘어 직장까지 치맛바람… “사시 출신들에게 불이익 당할라”
사내정보 공유하며 배우자 중매도

로스쿨 출신으로 유명 로펌에 들어간 아들을 둔 어머니 A 씨는 올해 초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아들이 입사한 로펌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 엄마 모임에 가입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 전화였다. “모임에 가입하면 사내 정보 공유는 물론이고 좋은 혼처를 구할 수 있다”는 설명에 A 씨는 즉시 가입 의사를 전달했다. A 씨는 앞서 아들이 로스쿨에 다닐 때도 비슷한 엄마 모임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다.

과거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 사이에서 주로 운영되던 일명 ‘엄마 모임’이 대학, 심지어 직장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헬리콥터 맘’(자녀 주변을 맴돌며 온갖 일에 참견하는 엄마) ‘캥거루 맘’(자녀를 곁에 두고 무엇이든 해주려는 엄마) 등의 신조어로 풀이되는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갈수록 높아지는 부모 의존도와 끝이 없는 부모의 자식 걱정이 빚어낸 웃지 못할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 로펌의 엄마 모임에서는 “자녀들 야근이 너무 많다”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다른 로펌의 연봉은 얼마라더라. 이번에 어느 변호사가 무슨 사건을 맡았다”는 등의 업무 정보도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혼처 문의와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와의 차별화 전략 등은 모임의 단골 주제 중 하나다.

이처럼 최근 자녀의 직장을 매개로 등장한 엄마 모임은 주로 ○○과고, △△외고 엄마 모임 등이 ‘발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자녀의 성적, 대학 진학 등을 이야기하던 엄마들이 자녀의 성장궤도에 맞춰 자녀의 취업, 결혼 등을 이야기하는 모임으로 바뀌었다는 것.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에 치여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로펌, 로스쿨에서의 엄마 모임을 활성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녀의 입사, 독립 등으로 허탈해하는 중년 어머니들이 모임을 형성해가며 도리어 자녀에게 의지하는 현상”이라며 “조직의 기본 속성인 배타성, 폐쇄성 등을 감안했을 때 소속되지 않은 이들이 소외감을 느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