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임박해 유권자에 영향 줄것 알면서도 확인노력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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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1심 당선무효형]재판부 판결 배경

조희연 “실망스럽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퍼뜨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조희연 교육감(가운데)이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재판 과정에서 바로잡히길 바랐으나 결과가 실망스럽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조희연 “실망스럽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퍼뜨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조희연 교육감(가운데)이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재판 과정에서 바로잡히길 바랐으나 결과가 실망스럽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유죄 선고를 받은 데에는 무엇보다도 ‘영주권 의혹’에 대한 자체 확인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 가장 불리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조 교육감의 선거캠프에서 함께 일했던 이모 씨와 손모 씨는 뉴스타파 기자 최모 씨가 트위터에 올린 고승덕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영주권 보유 의혹을 보고 이를 조 교육감에게 보고했다. 이후 의혹을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자체적으로 한 확인 절차는 사실상 인터넷 포털 검색밖에 없었다. 미국대사관에 문의 전화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날은 대사관이 쉬는 휴일이었다. 조 교육감은 구체적인 추가 확인을 지시하지 않고 이들이 써준 기자회견문을 다음 날인 지난해 5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그대로 읽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기자회견에 앞서 주한 미국대사관이나 외교부에 고 씨의 영주권 관련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지, 또는 자료를 발급받을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고 확인을 지시하지도 않았다”며 “이 씨와 손 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고승덕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확인했을 뿐 미국 영주권에 관해 자문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제기가 기소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판시했다. 지난해 사건 당시 선관위는 이 사건을 주의 경고로 끝냈기 때문에 변호인은 “검찰의 정치적 기소”라고 강력 반발해 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선관위의 주의 경고는 행정처분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조 교육감의 기소가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두고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가 지연된 이유가 바로 피고인이 출석을 불응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라며 조 교육감의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장인 심규홍 부장판사는 “배심원들도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며 “배심원 일부는 고 씨가 영주권과 관련된 객관적인 자료를 좀 더 빨리 제시했다면 이런 안타까운 선택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조 교육감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며 “처음 의혹을 제기하고 고 씨가 답신을 통해 해명했을 때 의혹 제기를 멈추거나 사과를 해서 원만히 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이 불안한 신분에 놓임에 따라 그가 추진했던 혁신학교 확대, 일반고 전성시대 프로젝트, 교원 청렴운동 등도 줄줄이 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됨에 따라 당분간 조 교육감은 항소심과 상고심 재판 준비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항소심에서 유죄를 무죄로 뒤집지 못하면 벌금이 줄어들어도 교육감직을 잃기 때문이다.

이은택 nabi@donga.com·임현석·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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