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학생? 회사원? 사원증 받고 대학 다니는 학생들, 첨단 장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0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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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대 미디어아웃렛내 부조정실. 학생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편집하고 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동서대 미디어아웃렛내 부조정실. 학생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편집하고 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동서대는 작지만 강한 대학이다. 몸이 가벼워 새 시대에 맞춘 변신이 쉽다는 게 장제국 총장의 말이다. 실제 디지털콘텐츠학부 내 임권택영상예술대학, 디자인학부내 디자인대학, 컴퓨터공학부가 짧은 시간 안에 변화를 일궈내 이름을 알렸다. 요즘에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의 변신이 눈길을 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는 올해 이름을 바꿨다. 15년간 사용한 영상매스컴학부를 버린 것은 모험이었다.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이 기회라고 보았다. 요즘 방송은 물론이고 인터넷, 스마트미디어의 발달도 눈부시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세상에 맞춰 변화하자는 취지였다. 이름을 바꾸자 생각의 틀도 바뀌었다. 학부가 내건 슬로건은 ‘디지털 시대 영상 정보의 메카’. 커리큘럼을 다시 짜고 첨단 미디어 장비도 대폭 들여왔다. 뉴미디어 시대에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전공은 방송영상, 광고PR, 영상문학 등 3개 분야.

동서대 미디어아웃렛내에 설치된 입간판. 헬로비전팀 소속 학생들이 만든 프로그램들의 화면이 캠쳐돼 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동서대 미디어아웃렛내에 설치된 입간판. 헬로비전팀 소속 학생들이 만든 프로그램들의 화면이 캠쳐돼 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의 변화는 ‘미디어아웃렛(Media Outlet)’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난해 학교 본부에 설치한 미디어아웃렛은 회사 체제로 운영한다. 기존의 실무교육이 실습차원이었다면 아예 학교 안으로 회사와 현장을 들여온 것이다. 이른바 ‘교내 현장시스템(IFS·In-school Field System)’. 교육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서대의 ‘미디어아웃렛 구축을 통한 차세대 미디어 창의인재 양성 사업’을 대학특성화사업(CK-1)으로 선정한 것. 지난해부터 8억 원씩 5년 동안 40억 원을 지원받는다.

미디어아웃렛은 한마디로 회사다. ‘너흰 학교 가니, 우린 회사 간다’라는 캐치프레이즈에 특징이 잘 녹아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있고, 그 밑에 방송콘텐츠제작사와 광고PR대행사가 있다. 방송콘텐츠제작사 밑에는 4개 본부가, 광고PR대행사 밑에는 3개 본부가 있다. CEO는 김현 학부장이고, 7개 본부장은 교수가 맡고 있다. 회사원은 학생이다.

학생은 3학년 1학기에 IFS-1 과목을, 4학년 2학기에 IFS-2 과목을 배우며 ‘회사에 다닌다’. 실제 입사지원서도 내고 사원증도 받는다. 사원증으로 회사를 출입한다. 사무실엔 개인 이름이 적힌 책상도 있다. 회의실도 여러 개 있고, 휴게실과 갤러리까지 갖췄다. 꼭 구글 사무실 같다. 이곳에는 미디어클리닉과 커뮤니케이션 클리닉도 있다. 학생들이 전공 공부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코칭을 해주는 일종의 상담실이다.


동서대 미디어아웃렛에 비치된 콘텐츠제작지원비 실행예산서.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동서대 미디어아웃렛에 비치된 콘텐츠제작지원비 실행예산서.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윤귀민 씨(4학년·방송영상 전공)는 방송콘텐츠제작사 2본부 내 CJ헬로비전 팀원. 그는 CJ헬로비전이 제작하는 ‘라디오스타 부산FM’이라는 프로그램에 조연출로 참여하고 있다. 미디어아웃렛은 CJ헬로비전과 협약을 맺고 매년 학생(회사원) 6명을 파견키로 했다. 4월 현재 PD 2명과 촬영 2명, 작가 2명이 CJ헬로비전에서 일하고 있다. 협약에 따라 평가는 현장 PD가 한다. 이게 곧 학과 점수다. 그는 “조연출로 일하며 예고편 구성안도 만들고 촬영을 가편집하기도 한다”며 “해운대시장 상인편을 찍을 때는 상인들과 어우러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PD 출신의 박미선 교수는 “이 프로를 만드는 데 필요한 현장 카메라 3대 중 메인 카메라는 현직 촬영감독이 썼지만, 나머지 2대는 학생들이 맡았고, 일부는 방송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각종 기자재 이름과 현장분위기 등을 생생하게 익힐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2본부 내에는 대교TV팀도 있다. 제작사 부산아트홀딩스가 만드는 어린이 드라마 ‘어울림’ 제작에 학생 4명을 파견했다. 어울림은 6부작인데 평가도 좋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3명은 올해 부산아트홀딩스에 정식 채용됐다.

동서대 미디어아웃렛내 ‘사무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동서대 미디어아웃렛내 ‘사무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미디어아웃렛은 사무실 모양만 빌려온 게 아니다. 소프트웨어도 현장과 똑같다. 그게 가능한 것은 현장에서 활동하던 홍보 베테랑, PD, 방송작가, 촬영감독 등이 교수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아웃렛에는 각종 기안서류들이 비치돼 있다. 콘텐츠제작회의록, 콘텐츠제작지원비 실행예산서, 콘텐츠전문가활용일지, IFS업무협조신청서, 출장명령서…. 콘텐츠제작지원비실행예산서의 세부항목에는 물품구입비 전문가활용비 외부제작비 인쇄비 국내여비 등이 들어있다. 학생들은 홍보영상물이나 드라마를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본부장(교수)을 거쳐 CEO가 결재하면 비용이 나온다.

동서대 김현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장은 “우리는 학생들이 졸업뒤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을 할 수 있게 커리큘럼을 바꾸고 생각의 틀도 바꿨다.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동서대 김현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장은 “우리는 학생들이 졸업뒤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을 할 수 있게 커리큘럼을 바꾸고 생각의 틀도 바꿨다.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김현 학부장은 IFS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IFS는 미국에 있는 시스템이다. 미국에서는 완전히 회사처럼 운영하지만 우리는 학생들에게 롤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단계다. 궁극적으로는 법인으로 갈 것이다. 부산 지역 관련 업체들이 영세해 학생들이 제대로 실습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렇다면 아예 회사를 학교에 차려보자고 해서 만든 게 IFS다. 졸업 후에 경험할 것을 미리 경험하자는 뜻이다. 앞으로는 학교 스펙보다는 무엇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학교 다니며 드라마를 한편 찍어보거나, CF를 만들어 본 게 바로 스펙이다. 지금은 뉴미디어 시대다. 콘텐츠의 구조는 물론이고 소비행태까지 달라졌다. 이에 걸맞은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인큐베이터가 바로 이곳이다. 미디어아웃렛은 뉴미디어시대에 맞게 최적화돼 있다고 자부한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동서대 미디어아웃렛내 세트. 교수와 학생들이 120평이 넘는 세트의 조명 등을 점검하고 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동서대 미디어아웃렛내 세트. 교수와 학생들이 120평이 넘는 세트의 조명 등을 점검하고 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광고PR대행사의 IMC본부장(이진우 교수)이 강의하는 IFS-2 수업 현장. 광고PR 전공학생(4학년)에게 중요한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 과목이다. 학생들이 6개 팀으로 나뉘어 부산시에서 주최하는 ‘부산 시민과의 소통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각 팀이 아이디어를 짜내는 과정은 제일기획이나 대홍기획 등이 수주하는 과정과 닮았다. 다만 아직은 이론과 실무를 같이 배우는 과정. 양소정 씨(4학년·PR기획전공)는 ‘부산시민 소통캠페인 IMC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부산시 SNS ‘톡톡 부산’, 인터넷 신문 ‘부비(BUVI)뉴스’, ‘바다TV’ 등을 통해 부산시가 시민과 소통하는 방법을 조사했다

발표 중간 이진우 본부장은 “발표처럼 부산시의 시민과의 소통이 통합적이질 않다. 부비 뉴스는 클럽에서 흔히 쓰는 ‘부비’란 용어로 오해를 받을 수 있고, 바다 뉴스란 것도 부산만 바다를 갖고 있는 게 아니어서 약점이다. 기획은 포인트를 잡아내 ‘원 콘셉트(one concept)’로 가야 한다. 여러분도 5월 말 공모전까지 전략을 다듬어야 할 것이다.”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학생들. 뒤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동완 임늘솔 강주형 임정아 김보배 이수영 전종호 이지수 강재구 윤귀민 김나리 씨.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학생들. 뒤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동완 임늘솔 강주형 임정아 김보배 이수영 전종호 이지수 강재구 윤귀민 김나리 씨.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학생들은 전공 동아리에서도 경험을 쌓고 있다. 강재구 씨(3학년·방송영상전공)는 지난해 박카스 공모전에 우정을 모티브로 한 30초짜리 영상물을 만들어 제출했다. 입상은 못했지만 큰 경험이 됐다고 생각한다. 같은 학년의 이지수 씨는 청년 창업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었다. 기획 회의를 거쳐 부산대 창업동아리 회장을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두 번 촬영해 교내방송에 내보냈다. 그는 “팀에서 작가 역할을 맡았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나중에 기획이나 연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보배 씨(4학년·광고PR전공)는 광고전략기획연구회인 ‘광고페인(pain)’에서 3년 동안 활동했다. 크레이TV-K에서 주최한 IMC기획 공모전에서 동상도 받았다. ‘스마트폰 중독방지를 위한 IMC 기획서’. ‘스마트폰에게 당신의 아이를 빼앗길 수 있다’는 내용으로 CF 시리즈 5편을 만들었는데 호평을 받았다.

김나리 씨(4학년)는 ‘문득(文得), 글을 얻다’라는 동아리 회원. 2, 3학년 때 회장을 맡았다. 그는 3학년 때 ‘짝사랑’이란 연작시로 교내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같은 전공의 전종호 씨(4학년)는 욕심이 많다. 영상시나리오 위주의 동아리 ‘스팩’ 회원이면서 이슈를 토론하는 ‘팝콘’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팝콘은 생각의 틀을 넓히자는 취지로 가입했다. 학내 독서토론 대회에서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란 책을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라고 해석했는데 대상을 받았다. 장래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단인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홍보맨이 되고 싶다고 한다.

방송이 좋아 올해 입학한 강주형 씨. 그는 “커리큘럼도 좋고 기자재도 첨단이어서 맘에 든다. 폭넓게 여러 분야를 경험하며 나의 꿈을 찾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씨의 자랑대로 기자재는 최첨단이다. 초고속카메라와 첨단 영상장비를 갖추고 있다. 부조정실은 학부의 자랑이다. 카메라중앙조정장치, 영상스위처, 음향콘솔, 조명콘솔, 녹화편집기, 자막기 등을 갖추고 있어 종합편집 기능을 배울 수 있다. 또 120평의 세트를 비롯해 중형시사실, 음향실, 논리니어편집실, 1:1 편집실 등도 갖추고 있다.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수업장면. 미디어아웃렛 내에서 이뤄진 수업이 일반 기업의 회의 장면처럼 보인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수업장면. 미디어아웃렛 내에서 이뤄진 수업이 일반 기업의 회의 장면처럼 보인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입학정원은 160명. 장학금도 다양하다. 취업률은 광고PR분야가 65%, 영상분야가 55%다. 전국의 같은 분야 대학과 비교할 때 광고PR분야는 5위, 영상은 10위권이다. 직업의 특성상 독립 프로덕션 등에서 경험을 쌓으며 경력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직군이어서 졸업생 대부분이 크고 작은 업체에 취업을 하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 취업률은 건강보험을 들어주는 회사만 뽑은 것이어서 실제 취업률은 더 높을 것이라고 한다. 취업 분야는 기자, PD, 카메라맨, 기술직, 광고기획자, 카피라이터, 마케팅담당자, 이벤트PD, CF감독, 일반기업 홍보담당, 구성작가, 시나리오 작가, 문예작가 등 다양하다.

김현 학부장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 대한 CK-1 지원은 동남권 대학에선 유일하고, 단일학과 지원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앞으로 5년 뒤에는 괄목상대할 만큼 변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산=윤양섭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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