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이 급식비 밀린 학생에 폭언 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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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라… 너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
서울교육청, 인권침해 여부 조사
충암고 “4년간 미납액 8273만원… 학교서 결손액 메워 재정에 부담”

무상급식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감이 급식비를 못 낸 학생들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폭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충암고등학교 김모 교감이 2일 점심시간 직전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에게 “넌 1학년 때부터 몇백만 원을 안 냈다” “꺼져라” “너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 등의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감은 급식실 앞 복도에서 학생들의 급식비 납부 현황을 일일이 체크했으며, 납부 명단과 학생을 일일이 대조하는 과정에서 말이 나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은 “(교감 선생님이)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니 급식비를 내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교육 관련 단체들과 누리꾼들은 “급식비를 안 냈다고 교사가 막말을 할 수 있느냐”며 거세게 비판했으며, 학교 홈페이지는 한때 접속자가 몰려 마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교감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발언이 부적절한 것은 인정하지만 미납 급식비로 인한 재정난이 수년째 심각해 이를 개선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라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지역 고등학교 급식은 저소득층은 교육청이 지원하고, 나머지는 수혜자가 돈을 내는 형태로 운영된다. 충암고 측은 “최근 4년간 걷지 못한 급식비가 8273만 원에 달한다”며 “매년 쌓여가는 손해를 학교가 자체적으로 감당하고 있지만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물의를 빚은 김 교감도 사비로 급식비 결손액을 메우고, 나중에 이를 학교에서 정산 받은 적이 있다는 것. 충암고가 이날 공개한 2013년 3월 급식대책회의의 회의록에는 “교장, 교감, 행정실장이 250만∼400만 원씩 입금을 하도록 하자” 등의 발언들이 담겨 있는 등 어려움을 토로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복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저소득층 학생들(약 5만7000명)에게만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 학생들의 미납 급식비는 각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급식비 미납 문제는 지원 대상 이외의 상위 계층 학생들에게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전면 무상급식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고교 교장은 “급식비를 못 내는 가정 중에는 어렵지만 저소득층으로 인정받지 못한 가정도 있고, 웬만큼 살지만 일부러 안 내는 집도 있는 등 천차만별”이라며 “학교로서는 몇 달 안 낸다고 밥을 안 줄 수도 없고 손해를 보전할 방법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김 교감이 급식비 납부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인권침해가 있었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박상국 충암고 교장은 “전후 사정이야 어찌됐든 학생과 학부모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임현석 lhs@donga.com·이은택 기자
#충암고#교감#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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