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으로 위장’ 무허가 운전학원 불법교습 일당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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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 인근에 사진관으로 위장한 무등록 운전학원을 차려놓고 불법 운전교습을 해 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도로교통법과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A 운전학원장 김모 씨(55)를 구속하고, B 운전학원장 석모 씨(42)와 무자격 강사 등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현행법상 운전학원을 운영하려면 서울지방경찰청에 등록해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4년 서울 강남구 강남운전면허시험장 옆 인도에 사진관으로 위장한 천막을 설치했다. 이어 상담, 도로 주행 교육 등을 담당할 직원 15명을 고용했다. 김 씨 일당은 운전면허증에 필요한 사진을 찍기 위해 찾아온 손님에게 “운전면허를 저렴하게 취득할 방법이 있다”며 불법 운전교습을 받도록 유도했다. 또한 정식 운전학원으로 표기한 명함을 돌리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수강생을 모집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강남 일대 운전학원의 수강료는 45만 원인데 김 씨 일당은 25만 원을 제시했다. 수강료를 아끼려는 수강생이 유혹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김 씨 일당은 국내 실정을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50만 원의 바가지를 씌웠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 일당은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수강생 260여명으로부터 7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맹(文盲)인 김 씨는 수강생 명단과 수강료 내역이 적힌 장부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수사 초기에 피의자들이 불법적으로 받아 챙긴 돈의 액수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탐문수사를 통해 김 씨가 수강생이 카드 결제를 원하면 카드를 들고 송파구의 한 주유소를 찾아가 주유쿠폰을 구매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직원들에게 현금 대신 주유쿠폰으로 월급을 주기 위해서였다. 해당 주유소를 압수수색한 경찰은 김 씨의 주유쿠폰 구매내역을 토대로 1년간 김 씨 일당이 받은 수강료 액수를 산정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학원을 운영한 기간이 11년이라고 진술했다. 현금 결제 내역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수십 억 원의 부당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가 과거에도 3차례 불법 운전교습을 하다 적발됐고, 조사 과정에서 증거물 은닉을 시도했다는 점을 고려해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일당은 차량 조수석에 보조 브레이크를 장착하는 등 불법 개조된 차량을 운전교습에 동원했다. 경찰은 이들이 운전교습에 사용한 차량 6대를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개조된 차량은 정상적으로 구조를 변경한 것이 아니어서 브레이크 오작동 등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씨와 함께 적발된 석 씨는 직원 6명과 함께 무등록 운전학원을 차린 뒤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불법 운전교습을 진행했다. 석 씨는 280여 명의 수강생에게 5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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