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10년 낙산사에 ‘희망의 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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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참나무 등 10만그루 심어 화마에 사라졌던 숲 점차 회복
‘김홍도 낙산사도’따라 복원한 전각… 방수총-소방타워로 제2악몽 예방

보타전 주변숲 5년전과 현재의 모습 10년 전 발생한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됐던 낙산사가 다시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27일 강원 양양군 낙산사 보타전(아래 사진) 주변 숲에도 초목들이 자라 화마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벌거숭이나 다름없던 5년 전(위 사진) 모습과 대비된다. 양양=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보타전 주변숲 5년전과 현재의 모습 10년 전 발생한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됐던 낙산사가 다시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27일 강원 양양군 낙산사 보타전(아래 사진) 주변 숲에도 초목들이 자라 화마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벌거숭이나 다름없던 5년 전(위 사진) 모습과 대비된다. 양양=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27일 오후 강원 양양군 강현면의 낙산사는 따가운 봄 햇살이 내리쬐는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검게 그을린 채 밑동만 남아있는 나무, 몸통 일부가 잘린 채 작물보호제를 맞고 있는 고목만 없다면 10년 전 화마(火魔)의 흔적은 찾기 힘들었다. 2005년 4월 5일 양양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낙산사를 잿더미로 만든 지 10년. 낙산사는 예전의 푸름을 점차 회복하고 있었다.

10년 전 초속 15m가 넘는 강풍을 타고 날아온 불씨는 천년고찰 낙산사를 덮쳤다. 원통보전 빈일루 범종루 등 전각 대부분이 삽시간에 화염에 휩싸였고 낙산사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던 울창한 숲마저 벌거숭이로 만들었다. 화마는 진화에 나선 소방차마저 집어삼켰을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고 이 일대는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됐다. 당시 화재 현장에 있었던 최기호 강원도 산림관리과장은 “불길이 얼마나 센지 소방차 물줄기에도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제는 첨단 소방시설이 설치된 만큼 충분히 화재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낙산사는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의 봄을 맞이했다. 불에 탔던 전각들은 단원 김홍도의 ‘낙산사도’를 근거로 옛 모습을 되찾아 2009년 10월 회향식(일종의 준공식)을 가졌고 벌거숭이 숲에도 나무들이 심어져 옛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양양군에 따르면 2006∼2010년 낙산지구 산불피해 조림 및 경관 복구를 위해 국비와 지방비 등 76억9600만 원을 들여 소나무 대경목(줄기의 직경이 30cm 이상) 6100여 그루와 굴참나무, 동백나무, 산수유 등 9만3000여 그루를 심었다. 또 2만1800m²에 야생혼합종자가 파종됐다.

화재 직후에 비해서는 많이 복구됐지만 화재 이전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 김득중 낙산사 종무실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구 노력에도 산림은 예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한번 사라진 산림을 되살리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낙산사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곳곳에 들어선 소방시설이다. 방수총 22개가 낙산사 주요 건물을 겨누고 있고 비상시에 대비한 480t과 360t 규모의 물탱크 2개가 비치돼 있다. 또 스프링클러처럼 360도 회전하며 물을 내뿜는 소방타워가 고지대 6곳에 설치됐다. 소방타워는 인근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작동시켜 불이 옮겨붙지 못하도록 예방이 가능한 시설이다.

국수 공양도 낙산사의 달라진 점 가운데 하나다. 낙산사는 사찰과 산림 복구에 감사하는 마음을 온 국민에게 전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점심시간대에 낙산사를 찾은 이들에게 무료로 국수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에서 영업에 타격이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대중을 위한 낙산사의 마음은 변함없다.

또 홍예문 앞에는 기념식수 길이 생겼다. 이곳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를 비롯해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등이 산림 복구를 기원하며 심은 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양양=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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