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TV홈쇼핑 6개 업체에 ‘갑질 과징금’ 143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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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촉비용 떠넘기고 口頭발주도
미래부 “4월 재승인심사에 반영”… 일각 “檢고발 안한 솜방망이 처벌”

납품업체들에 ‘갑(甲)질’을 일삼은 6개 TV홈쇼핑 업체들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다음 달 실시할 홈쇼핑 사업 재승인 심사 과정에 해당 업체들의 법 위반 내용을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25일 전원회의를 열고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CJ오쇼핑 롯데홈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143억6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그동안 TV홈쇼핑 업체들이 허위·과장광고를 하다 과징금을 문 적은 있었지만 납품회사들을 상대로 한 불공정 행위로 인해 2012년 시행된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TV홈쇼핑 업체는 ‘갑질 종합세트’라 불릴 만큼 각종 불공정 행위를 저질러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상품판매 방송을 하면서 납품업자에 아예 방송계약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방송이 끝나고 난 뒤에 교부했다. 특히 롯데홈쇼핑은 구두 발주를 하다가 적발됐다. 당초 계약 내용에 없는 불리한 거래조건을 납품업자에 전가할 우려가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CJ오쇼핑은 방송시간 중이나 방송 종료 후 2시간 안에 받은 주문에 드는 판촉비용을 전액 납품업자에 부담시키고 2시간 이후에 발생한 주문에만 반반씩 비용을 분담하는 약정을 맺었다. 이를 통해 총 판촉비용의 99.8%에 해당하는 56억5800만 원을 146개 납품업자에 전가했다.

일각에선 당초 예상됐던 검찰 고발이 이뤄지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납품업체 관계자는 “불공정 행위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홈쇼핑 업체들에 이 정도 과징금은 큰 제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남교 공정위 기업정책국 유통거래과장은 “대규모유통업법상 검찰 고발이 가능한 법 위반 유형이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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