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속이려 고급 외제차 리스 까지…‘짝퉁 과외선생님’ 덜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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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으로 따졌을 때 과외만한 돈벌이 수단이 없었다. 과외를 할 능력은 없지만 과외를 통해 돈을 벌고 싶었다. 지방의 한 전문대학교를 졸업하고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이모 씨(42)는 ‘짝퉁 과외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했다. 돌이켜보면 과외선생님들은 언제나 교습비를 선불로 받았다. 일단 주머니 안으로 들어간 돈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가르치지 않고 돈만 받기로 했다.
과외를 받고자 하는 학생들은 넘쳐났다. ‘과외선생님을 구한다’며 과외연결사이트에 연락처를 남긴 학부모들에게 직접 연락했다. 서울의 명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고 소개했다. 교육청에 등록한 경력 10년의 베테랑 과외전문교사라고도 말했다.

말만으로는 부족했다. 안 그래도 과외 사기가 극성이지 않은가. 학부모들을 사로잡기 위해 고급 외제차를 리스해 준비했다. 잘 나가는 과외선생님처럼 보이고 싶었다. 특목고나 국제중 입시전략을 분석한 책을 사서 외우고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을 편집해 교재도 만들었다. 이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가격. “1달 수강료는 50만 원인데 2~3달 수강료를 미리 주면 과외비를 10% 할인해주겠다”며 학부모들을 설득했다. 과외계약서에 ‘2주 안으로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도 적었다.

이 씨는 시험 강의를 적극 활용했다. “과외를 하겠다”는 연락이 오면 학생 집에 방문해 “공짜로 시험 강의를 해 주겠다”며 강의 소개정도만 하고 과외비를 받았다. 시험 강의는 학부모가 직접 듣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과외비를 받으면 연락을 끊은 채 잠적했다. 이 씨는 이와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4월 6일부터 올해 2월 26일까지 10개월여 동안 학부모 36명에게서 2400여만 원을 가로챘다.

경찰 조사결과 이 씨는 2009년과 2011년에도 과외 빙자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상습 사기범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수사가 시작되자 주소지를 바꾸고 타인 명의 휴대전화를 쓰는 등 도피생활을 하는 도중에도 학부모들을 상대로 계속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돼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씨가 출소 후 결혼한 뒤 양육비와 생활비 등을 마련하려고 사채를 썼다가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7일 이 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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