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영아’ 공원 화장실서 살해하려던 엄마, 경찰서에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6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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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신모 씨(34)는 지난 1월 9일을 잊을 수 없다. 첫 아이가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도 없었다. 아이는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출산 전 “태아의 자세가 이상하다”는 진단이 있었지만 뇌성마비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남편은 “잘 키워보자”고 상심한 아내를 다독였다. 하지만 신 씨의 산후 우울증은 갈수록 심해졌다. 복지시설에 위탁 문의도 해봤지만 젖먹이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던 신 씨는 6일 새벽 6시쯤 남편 몰래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그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5분 거리에 있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양천공원 장애인 화장실로 갔다. 신 씨는 세면대에 물을 받은 뒤 아이를 거꾸로 빠뜨렸다. 경찰에는 “아이를 실수로 떨어뜨렸다”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숨을 쉬지 않는 아이를 보고 죄책감을 느낀 신 씨는 경찰서로 가 범행을 자백했다.

아이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생명을 건졌지만 위독한 상태다. 신 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생 뇌성마비 환자로 산다는 게 부모도 아이도 힘들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신 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박성민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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