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기획단 위원장 사퇴 파장 “건보 개선 우리 할 일은 다 끝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3일 03시 00분


위원들 “개선안, 정부 결정만 남아”… 문형표 장관과 오찬도 대부분 거절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기획단)을 이끌어온 이규식 위원장(연세대 보건행정학과 명예교수)이 2일 사퇴했지만 정부와 기획단 안팎에선 앞으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논의를 진행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비록 위원장은 물러났지만 1년 반의 기획단 활동을 통해 개선안을 이미 마련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위원장이 사퇴했다고 개선안마저 ‘아예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당초 기획단은 7개의 개선 방안 모형을 담은 개선안을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한 뒤 발표할 예정이었다. 또 개선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정부도 이미 알고 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공개해 이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를 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작업만 남아 있던 상황이었다.

기획단의 A 위원은 “지난달 29일 개선안 보고서를 제출하면 기획단의 역할은 마무리되는 것이었다”며 “개선안 보고서 제출과 발표를 제외한 다른 기획단 활동은 사실상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단의 향후 역할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위원이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과 이로 인한 위원장 사퇴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앞으로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정부가 기획단을 무시했다는 생각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처음부터 기획단 내부에선 기획단 이름으로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아예 해산을 선언하자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소수 위원이 이런 강한 대응에 부담을 느끼고 ‘최근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으니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전체 성명 발표와 해산 선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체 위원회 활동을 종료한다는 입장문도 초안은 작성했지만 반대하는 위원들이 있어서 ‘위원장직 사퇴의 변’만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획단 위원들과 오찬을 하며 최근 결정이 ‘개선안 백지화’가 아니란 점 등을 설명하려 했지만 상당수 위원이 불참을 통보해 만남이 무산됐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획단 위원장 사퇴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을 둘러싼 정부 정책의 신뢰를 또 한 번 실추시키는 사건”이라며 “처음부터 정부가 정책의 생명인 일관성을 지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민병선 기자
#건강보험료#개선기획단#이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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