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죽였다” “시신훼손 기억 안나”… ‘제2 오원춘’ 박춘봉, 진술 판박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6일 03시 00분


형량 줄이려 우발적 범행 주장… 피해자 가족에게도 ‘영혼없는 사과’

11일 검거된 수원 토막살인 사건의 피의자 박춘봉 씨(55)가 범행을 저지른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일대는 2년 전에도 오원춘 씨(44)의 엽기적 살인 행각 때문에 들썩인 곳이다. 중국동포인 둘은 거주지가 인근이라는 공간적 공통점 외에도 검거된 후 화법과 행동이 비슷하다.

우선 초기 경찰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하는 모습이 동일하다.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해 형량을 줄이려는 시도다. 박 씨는 13일 새벽 범행을 시인하며 “말다툼 끝에 김 씨를 밀었더니 벽에 부딪혀 죽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확인 결과 피해자 김모 씨(48·여)는 목이 졸려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 씨 역시 경찰 조사 초기에 “저녁에 고량주 1명을 마시고 집 앞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지나가던 A 씨와 부닥쳐 미안하다고 했는데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길래 집안으로 끌고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오 씨는 피해자를 넘어뜨려 집에 끌고 들어가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영혼 없는 사과’를 한 것은 똑같다. 박 씨는 14일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시신 훼손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해 분노를 샀다. 오 씨 역시 프로파일러에게 “유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경찰 조사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내내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같다. 박 씨는 범행을 시인한 후에도 “모른다”거나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을 주로 하고 있다. 오 씨 역시 “내가 왜 그때 거기(집 앞 전봇대)를 갔는지, 그 여자가 왜 내 앞을 지나갔는지 정말 재수가 없었다”는 뻔뻔한 말을 했다.

경찰을 두려워한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다. 박 씨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 “경찰에 발각될까 봐 두려워 시신을 훼손했다”고 진술했다. 오 씨는 검거 당시 “총살당하는 것 아니냐”며 두려워했다. 두 범죄자 모두 중국 공안의 이미지를 한국 경찰에 투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중국동포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과학수사 기술들이 얼마나 진보됐는지 잘 모른다”면서 “일단 둘러대자는 심리로 말을 하다 보니 두 범죄자의 화법에서 공통점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오원춘#박춘봉#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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