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진로·직업체험 교육이 확대되면서 서울지역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일정 학기 동안 진로·직업체험 교육을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로 인해 1년간 시험을 한 번밖에 못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 성적에 대한 불안감으로 학생들은 오히려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현재 교육부는 일선 중학교로부터 신청을 받아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1 한 학기동안 시험 없이 직업체험, 토론, 실습 수업을 받는 것이다. 2013년부터 시범 실시돼 2016년부터는 전면 도입된다. 이와는 별개로 서울시교육청은 중1 두 학기 동안 기말고사만 보며 진로를 탐색하는 ‘중1진로탐색 집중학년제’를 지난해 처음 시행했다. 두 제도가 겹치면서 시교육청은 올해 양 제도를 혼합해 ‘서울형 자유학기제’를 만들었다. 이 제도는 ‘1학기 중1진로탐색집중학년제+2학기 자유학기제’로 사실상 중학교 1년 내내 교육부와 시교육청의 제도를 이수하는 것이다. 올해 ‘서울형 자유학기제’ 신청 학교는 150개교이며 내년에는 268개교로 늘어난다. 서울지역 중학교는 모두 385곳이다.
문제는 사실상 1년 내내 서울지역 중1은 지필시험으로 기말고사 1번만 보게 된다는 점. 올해 시범 학교들은 1학기 때는 기말고사만 치고 2학기에는 지필시험 없이 형성평가, 수행평가만 치렀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기본 핵심 교과목 수업의 심화학습 시간을 줄이고 진로 프로그램으로 채우다 보니 핵심적인 내용만 배우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또 학업 석차를 내지 않고 서술식으로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기 때문에 학업이 느슨해진 학교도 많다.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이 지역 정책과 정부 정책을 억지로 조합해놓아 중1이 학력 저하의 희생양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외 지역의 중학교는 자유학기제만 하고 있어 학업에 지장을 덜 받지만 서울의 경우 두 배나 더 진로 체험 수업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A중학교 학부모 이진희 씨는 “학기 중 지필고사는 학생들의 학력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라며 “중학교에 입학한 자녀의 성적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고 싶지만 불가능해 대신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B중학교 학부모 박의영 씨는 “중1 때 기초를 다져야 하는데 1년 내내 진로체험만 하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C중학교의 이모 교사는 “현실적으로 중학교 1학년은 진로 탐색을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며 “취지는 좋지만 너무 무리하게 추진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의 지적을 반영해서 내년에는 직업체험 교육보다는 학업과 진로교육을 접목하고 심화학습을 유도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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