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음란물 방치’ 혐의 다음카카오 대표 피의자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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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40분간… ‘청소년 性보호법’ 관련 SNS업체 대표 첫 입건
청소년 음란물 ‘카카오그룹’서 유통… 삭제-전송차단 조치 안한 혐의
李대표 “법적의무 못지킨 것 인정”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48·사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음란물 유통을 방관한 혐의로 10일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이 온라인 서비스 대표에게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 대표를 지난달 중순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한 데 이어 이날 2차 조사를 벌였다. 지난달 조사 때에는 참고인 신분이었지만 이번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었다. 이 대표는 오후 8시 반경 대전지방경찰청에 도착해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고 조사를 받은 뒤 9시 10분경 돌아갔다. 경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카카오그룹을 통해 아동과 청소년들의 음란물 유통 행위를 알고 있었는지를 조사했고 이 대표는 “법적인 의무를 지키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대표가 다음카카오 합병 전 카카오를 운영할 당시 SNS 모임인 ‘카카오그룹’에서의 아동 청소년 음란물 유통을 막을 수 있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라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8월부터 카카오 실무자를 3차례 불러 조사한 뒤 이 대표에게 출석을 요청했으나 다음과의 합병 추진, 수사기관의 감청불응 논란으로 미뤄지다 지난달 13일 참고인 신분으로 이 대표를 조사했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2012년 3월부터 시행된 아동 청소년 성보호법 17조 위반이다. 이 법에 따르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찰은 5월부터 스마트폰을 통한 SNS 음란물 유통을 집중 단속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 ‘밴드’와 ‘카카오그룹’과 같은 폐쇄형 SNS에서의 음란물 유통을 확인했다. 밴드에서 성인음란물을 대량 유통시킨 최모 씨(35)를 구속했다. 특히 카카오그룹에서는 아동 청소년 음란물이 대량으로 유통된 사실이 발견됐다. 경찰은 “회사 측이 카카오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20개 그룹에서 1800여 건의 청소년 음란 동영상, 수만 건의 음란 사진물이 유통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룹 멤버 1만 명을 조사한 결과 84%가 초중고교생이었고 아동 청소년의 음란 사진과 동영상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카카오 측은 카카오그룹에서 오가는 사진 및 동영상을 기술적으로 감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감시는 가능하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인터넷 업체들은 이른바 ‘포토DNA’ ‘해싱(hashing)’이라 불리는 기술로 아동 음란물 유통을 막고 있다. 특정 음란물에 고유의 코드를 입력하고 서비스 내에서 오가는 파일이 이 코드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식이어서 사생활 침해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사업자는 음란물 등을 이용자가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기술적으로도 아동 음란물을 자동 인식해 차단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이기진 doyoce@donga.com / 서동일 기자
#SNS#음란물#다음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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