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경북 정체성’ 정책은 영남권(경상도권)에 널리 공유될 때 실질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지역 정체성(正體性)은 ‘본질적인 바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부심이 지나치면 배타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와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달 27일 구미에서 경북 정체성 이론집 발간식을 열었다. 2011년 11월부터 학자 등 분야별 전문가 60여 명이 3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경북의 혼(魂), 한국정신의 창(窓)’이라는 제목의 책(442쪽)으로 펴냈다. 경북도는 이 책을 도민에게 알리고 학교 교육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주요 내용은 △화랑 △선비 △호국 △새마을운동 등 4가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올곧음 △신바람 △어울림 △나아감 등 4가지 가치를 제시했다. 역사에 대한 가치 평가는 복잡한 면이 있지만 바른 모습으로 함께 나아간다는 방향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이런 가치를 경북이 독점하는 듯한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은 “경북은 나라가 어려울 때 항상 앞장섰고 나라 발전의 길을 열어왔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 이외에는 이런 가치를 연구하고 공개적으로 발표할 만한 지역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경북과 경남, 부산, 대구, 울산 등 5개 영남권 광역지자체는 700년 전인 1314년 처음 생긴 ‘경상도’라는 단일 행정구역을 이어왔다. 경상도가 남북도로 나뉜 때가 1896년이므로 ‘경북도’라는 행정구역의 역사는 118년에 불과하다. 부산은 1963년, 대구는 1981년 각각 직할시가 됐고 1995년 광역시 체제로 바뀌었다. 울산은 1997년 광역시로 승격됐다.
5개 광역지자체에서는 고유성과 보편성을 보여주는 지역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경북도는 독도 수호 인물로 안용복을 강조하지만 부산시는 그를 부산의 역사인물로 본다. 경북도는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운동을 경북 정체성에 포함시키지만 이는 대구시가 대구 정체성의 상징으로 평가한다. 경남과 울산의 문화 역사적 가치도 풍부하다. 가난을 이겨낸 역사에 새마을운동만 있는 게 아니다. 항일 독립운동과 6·25전쟁 등의 호국정신도 국민이 힘을 모은 결과이다.
경북도는 경북 정체성을 ‘한국 정신문화의 창이요 표본’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자신감이 나쁜 건 아니지만 경남 부산 대구 울산 등 경상도권 지자체부터 공감할 때 미래를 여는 에너지로 나아갈 수 있다. 경북도는 이런 측면을 면밀히 살펴 정체성 사업이 좁은 틀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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