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축구부’로 특기생 모집… 교수-감독등 낀 大入사기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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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학간 계약학과제 악용… 위장취업 통해 입학 시켜
버스에 학교로고 붙여 눈속임 훈련… 20억 받아 챙긴 22명 무더기 적발

“수도권 대학 축구팀에 입학시켜 주겠다”며 고교 축구부원 학부모들로부터 20억 원을 받아 가로챈 브로커와 전현직 대학교수, 축구부 감독 등 22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일 전남지역 모 대학 체육학과 교수 김모 씨(60)와 경북지역 모 대학 전 축구부 감독 현모 씨(61), 브로커 이모 씨(41·전 실업팀 축구선수) 등 7명을 구속하고, 인천 모 중고교 전 축구감독 하모 씨(60)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서울 모 대학 체육학과 명예교수 소모 씨(60) 등 1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브로커 이 씨와 교수, 감독 등은 모두 사제지간이거나 함께 감독 코치를 한 인연으로 알게 돼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 씨는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브로커 이 씨를 통해 소개받은 고교 3학년 축구부원 학부모 16명에게 “내가 서울 모 대학 축구감독에 내정됐다. 아들을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켜 주겠다”며 7억2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 과정에서 이 대학 설립자 사위 유모 씨(83)는 현 씨가 감독에 내정됐다는 보증인 역할을 해 불구속 입건됐다.

구속된 김 씨는 전남지역 축구협회 현직 부회장으로 이 씨로부터 대학 진학에 실패한 고교 졸업생들을 추천받아 친분이 있는 소 씨와 짜고 마치 이 대학에 진학시켜줄 것처럼 속여 10명으로부터 4억5000만 원을 챙기기도 했다.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하 씨는 기업이 근로자 재교육을 위해 교육부 승인 없이 대학과 함께 특정 학과를 신설해 가르친 뒤 학사학위를 부여하는 계약학과 제도를 이용했다. 그는 대학에 새로 축구부가 창단될 것처럼 속여 학부모 55명으로부터 8억1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기 수원지역 경비업체(직원 500여 명) 대표 구모 씨(42·불구속 입건)가 하 씨와 짜고 55명을 자신의 회사에 위장 취업시킨 뒤 경기지역 대학 3곳에 학생들을 입학시켰다. 이들은 학생들을 데리고 전지훈련을 가거나 학교 로고가 있는 버스를 구입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축구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을 속여 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 교육부 감사를 통해 불법 사실이 적발되면, 해마다 대학을 옮겨가며 입학시켰다. 불구속 입건된 일선 고교 체육교사들은 부모가 돈이 많은 학생을 브로커 이 씨에게 소개하고, 일정 금액의 대가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유령 축구부#대입 사기#사전구속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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