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희 김진 전창진 전희철 현주엽 김병철 신기성… “칠순 감독님, 절 받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박한 농구협회 수석부회장
제자 145명이 23일 고희연 열어

칠순이 다 되도록 총각인 박한 대한농구협회 수석부회장(69·사진)은 농구와 결혼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2년 전 박 부회장은 홀로 모시던 어머니가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그래도 그의 곁에는 친자식보다 살갑고 듬직한 제자들이 있었다.

22년 동안 고려대 농구부 감독으로 몸담았던 박 부회장이 뜻깊은 고희연을 갖는다. 고려대 감독 시절 제자 145명이 십시일반으로 경비를 마련해 23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라마다서울호텔에서 칠순 잔치를 연다. 제자인 프로농구 LG 김진 감독은 “선생님이 국가적으로 안 좋은 일도 있다며 극구 안 하신다고 하셔서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날 제자들은 박 부회장이 걸어온 길이 담긴 동영상 상영과 함께 선물을 전달하기로 했다.

192cm의 키로 고려대와 산업은행에서 선수로 뛴 박 부회장은 국가대표 센터로 활약하며 1970년 방콕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75년 고려대 감독에 부임한 뒤 1997년까지 팀을 이끌며 49연승 신화 등을 엮어냈다. 현재 남녀 프로농구 지도자인 김진, 전창진, 서동철, 정인교, 전희철, 김병철, 신기성 등을 비롯해 이충희, 임정명, 현주엽 등 숱한 스타를 길러냈다.

박 부회장은 두주불사의 음주로도 숱한 뒷얘기를 남겼다. 1980년대 농구부 연례행사인 충남 태안 만리포 하계수련회 때는 혼자 선수 20명과 술 대결을 벌여 모두 녹다운시켰다. 한 제자는 “술을 그렇게 드시고도 다음 날 새벽 훈련 때 정시에 나타나셔서 다들 실망했다. 대학 4년 동안 훈련을 거르거나 늦으시는 걸 못 봤다”고 했다.

19일 남자 농구대표팀 월드컵 출전 결단식이 열린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박 부회장은 “안 하려고 했는데 제자들 성의 때문에…. 그냥 얼굴이나 보려고 한다”며 인터뷰조차 사양했다. 기억에 남는 제자라도 꼽아달라고 했더니 박 부회장은 “다 똑같다”며 웃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을까. 우문현답이었다.

진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