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사준다며… ‘늑대손’ 노인들 무더기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1일 03시 00분


경찰, 서울 영세주택가 일제단속
어린이집 원장-복지시설 대표 등 어린이 성추행 20명 적발 9명 구속

“할아버지가 손금 봐줄게. 이리 와 봐.”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아파트 인근. 김모 씨(72)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5∼8세 여아 3명에게 이렇게 말하며 손짓을 했다. 아이들이 한 명씩 차례로 다가가 손을 내민 뒤에야 김 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손금을 봐주는 척하면서 아이들의 신체부위를 만지며 성추행했다.

이처럼 아동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지른 성범죄자 20명이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아동 22명과 장애인 6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노인 16명과 어린이집 원장 3명, 복지시설 대표 1명을 적발하고 9명을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특별수사대는 올해 1∼6월 영세한 아파트 인근을 대상으로 단속을 벌여왔다.

이번 단속에서 서울의 한 임대주택 부근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배모 씨(64)도 성추행 사실이 적발됐다. 배 씨는 지난해 6월부터 1년여간 여아 2명을 옆에 앉혀놓거나 무릎 위에 앉게 한 뒤 상습적으로 몸을 더듬으며 성추행해왔다. 경찰은 배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노인 피의자들은 대부분 홀몸노인이거나 무직자였다. 이들은 영세한 아파트나 주택 인근에서는 부모들이 집을 자주 비우는 등 아동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보호 체계가 취약하다는 점을 악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범행 수법은 주로 아이들에게 “애완동물을 만지게 해주겠다” “자전거를 태워주겠다” “과자 등 먹을 것을 사주겠다”며 접근하는 식이었다. 친밀감을 형성한 뒤에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나 계단 등에서 성추행을 저질렀다. 용돈을 1000∼2000원씩 주면서 유인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피해자는 뭣도 모르고 용돈을 받았다가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신고를 못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힘없고 약한 아동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계속 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13세 미만 아동이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는 2012년 210명, 지난해 248명에 이어 올해는 7월 말 현재 201명으로 증가 추세다. 61세 이상 노인성범죄자도 2012년 257명에서 지난해 377명으로 늘었고 올해에는 7월 말 현재 229명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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