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택 대전시장이 ‘관피아’ 철폐를 내세우며 핵심공약으로 제시한 산하 공기업사장 인사청문회가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위한 관련 법률도 정비되지 않은 데다 청문회를 치르는 주체도 애매하다. 구속력도 없다.
이번 청문회의 첫 사례는 10월 말 임기가 끝나는 대전도시공사 사장. 대전시는 사장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응모한 7명 가운데 서류심사를 거쳐 4명, 이 중에 5일 다시 이상길 전 대전도시공사 경영이사(63)와 민간인 출신인 박남일 씨(62) 등 2명을 사장 후보로 압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사청문회를 생략하고 13일 임원추천위원회와 후보자 간 간담회 형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일종의 약식 면접이나 다를 바 없는 절차다.
이런 마당에 임원추천위 위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청문회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임원추천위원회의 활동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장 공모에서 7명, 다시 4명, 2명으로 압축되는 과정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종 후보 중 한 명인 이상길 전 이사는 이번 지방선거 때 권 시장의 경합자인 박성효 전 의원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 권 시장이 ‘포용 탕평책’을 구사한다 해도 대전시 산하 공기업사장을 코드가 맞지 않는 인사를 선임하진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쪽에서는 ‘박 씨를 선임하기 위해 이 씨를 들러리로 세웠다’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도시공사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상 4명 면접 과정에서 탈락한 2명은 LH 간부, 다른 한 명은 기술고시를 합격한 엘리트들로 통과한 2명에 비해 객관적으로 자질이 훨씬 우수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후보로 낙점된 박 씨는 대령 출신으로 테크노파크 상가번영회 일을 맡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을 뿐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과정에서 자신의 3사관학교 인맥을 바탕으로 권 시장의 선거운동을 도운 인물이며 새정치민주연합 원로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전도시공사 사장 인사청문회는 13일 열릴 예정이다. 추천위원회는 시장 2명, 시의회 3명, 대전도시공사 이사회 2명 추천 등 총 7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대전지역 관가의 한 관계자는 “최종 후보 2명이 모두 ‘관피아’, ‘낙하산’이라는 얘기를 들을 만한 사람으로 권 시장의 첫 공기업 사장 임명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모두 부적격자로 판정돼 재공모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도 “결격 사유가 발견돼도 시장이 점찍어 놓은 인사를 임명하면 그만인 이번 인사청문회는 문제가 있다.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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