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여교사 ‘스토킹 살해’… 사법 사상 첫 35년刑 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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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代, 수년간 구애 거부당하자 범행… 고교 중퇴후 강간-살인미수도
법원 “계획적인 잔혹 범죄 엄벌”

고교 시절 짝사랑했던 여교사를 수년간 스토킹한 끝에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35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됐다. 사법사상 판결주문 하나로 징역 35년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전 대안학교 상담교사 A 씨가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그를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유모 씨(22)에 대해 징역 35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 씨에게 20년간 위치 추적 장치를 부착하고, 200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유 씨는 2009년 A 씨를 알게 된 뒤 수년간 구애했지만 받아주지 않자 지난해 12월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유 씨의 변호인은 “유 씨가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등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당시 살인을 결심하고 실질적인 준비를 하는 등 충동적인 범행이 아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씨는 고교 2학년 때인 2009년 진학지도를 담당하던 A 씨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자 호감을 느끼고 집착하기 시작했다. 연락이 될 때까지 A 씨에게 전화를 하거나 주거지를 찾아가는 등 괴롭히다가 이듬해인 2010년에는 수업에 제대로 출석하지 않는 등 방황했다.

유 씨는 이후 부모님에 의해 대안학교를 그만두게 되자 2011년 2월 자신이 A 씨와 사귀었다는 취지의 e메일을 학교 관계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유 씨는 이에 항의하는 A 씨를 목 졸라 살해하려 하고(살인미수) 이에 실패하자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도 받았다.

유 씨는 살인 범행을 계획적으로 준비했다. 간호학을 전공하면서 인체해부학 등을 배운 유 씨는 A 씨를 칼로 15차례 찔렀다. 주로 얼굴, 목 등 머리 부위를 칼로 찔렀고, 피해자에게서 방어 흔적조차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살해당하기 전까지 유 씨의 집착으로 고통받고 불안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피고인을 용서하라는 어머니의 말과 유 씨의 장래를 생각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상당 기간 참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상 유 씨의 이 같은 범죄에 대해 처단할 수 있는 범위는 최소 5년형에서 최대 45년형까지다. 1심이 확정되면 유 씨는 57세에 풀려나게 된다. 유 씨는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점과 잔혹한 범행수법 등을 이유로 장기형이 선고된 경우다.

재판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피고인의 나이가 젊다는 점에서 교화와 치료 여지를 엿볼 수 있었다”며 “최근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폭이 넓은데 장기형을 선고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또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뉘우쳤다”며 “앞서 저지른 두 범죄 당시 피고인이 소년이었고, 정신질환자인 점을 감안할 때 참작할 사정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스토킹#짝사랑#35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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