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내 마음속 열정의 근원, 동국人으로 지혜를 배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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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과학의 통섭]동국대 김희옥 총장과 소녀시대 서현 대담
인문학 바탕으로 다양한 교양교육 통해
학생들에게 좋은 인성 길러주는 대학이 동국대

동국대 김희옥 총장(왼쪽)과 소녀시대 서현이 동국대 교정의 만해시비 앞에서 대학생활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법조계와 대중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두 사람은 동문 선후배로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동국대의 교양교육과 학교생활 경험을 이야기했다. 동국대 제공
동국대 김희옥 총장(왼쪽)과 소녀시대 서현이 동국대 교정의 만해시비 앞에서 대학생활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법조계와 대중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두 사람은 동문 선후배로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동국대의 교양교육과 학교생활 경험을 이야기했다. 동국대 제공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동국대 연극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소녀시대’ 서현과 만났다. 올해 졸업을 앞둔 서현과 법학과 출신으로 법조·교육계를 대표하는 김 총장의 대담은 자신의 분야를 대표하는 위치에 오르기까지 그 근본이 됐던 동국의 정신, 그리고 동국대의 미래를 주제로 이어졌다. 대담의 사회는 윤재웅 동국대 전략홍보실장(국어교육과 교수)이 맡았다.

▽윤재웅 교수=서현 양은 가수로 활약하며 우리 대중문화계를 이끌고 있고, 김희옥 총장님은 법조계에서 큰 획을 그으신 분입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스스로 빛나고, 또 많은 분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한다는 점에서 두 분은 모든 동국인들의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의 이 자리가 있기까지 모교 동국대가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희옥 총장=소녀시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이돌그룹입니다. 해외활동으로 많이 바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학교에서 학생다운 수수한 모습으로 만나니 더 반갑습니다. 동국대는 내가 사회에 나와 많은 일을 잘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 준 곳입니다. 대학생 시절 삼라만상이 모두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연기(緣起)의 법’을 바탕으로 주변 공동체를 살피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법의 기본정신도 마음 깊이 새겼죠. 동국대는 내면을 성숙하게 만들고 통제력을 길러준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현=동국대 연극학부는 그동안 많은 대중문화예술인을 배출한 대한민국 최고의 학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극학부에 진학해서 뮤지컬 배우나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배우나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내면의 공부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세상을 이해하고 인간의 삶을 살필 수 있는 ‘지혜와 배려’를 가르쳐 주신 교수님들께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윤 교수=서현 양은 평소에 기부를 많이 하는 연예인으로 유명합니다. 지난해 후배들을 위해 학교에 1억 원을 기부했고, 올해 초에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기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서현=학교를 다니며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해야만 하는 친구들을 종종 만났어요. 저는 연예인이라서 학교생활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저도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쌀 화환을 기부한 것도 팬들로부터 받은 과분한 사랑을 작게나마 보답하고 싶었을 뿐 별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제가 기부를 함으로써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도 하지만, 저 역시 기쁘고 행복합니다.

▽윤 교수=서현 양은 생각이 깊고 어려운 이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 씀씀이가 예쁜 것 같습니다. 총장님께서는 서현 양의 기부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김 총장=지난해 우리 대학은 역대 최대 금액인 309억 원의 기부금을 모금했습니다. 기부해주신 분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돈이 많아 기부를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배려의 마음이 넘쳐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모두 자기가 받은 사랑을 이웃을 위해 나누어준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습니까.

▽윤 교수=서현 양은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꾸준히 책을 읽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업과 취업 준비에 지친 후배들에게 감명이 컸던 책을 추천한다면요?

▽서현=‘인문학으로 창조하라’는 책입니다. 그리스 아테네를 기점으로 태동한 인문학이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시대를 맞이하며 어떻게 부활하는지 보여줍니다. 과거 역사 속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어떻게 해야 중심을 잡을 수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어떻게 절제하면서 살 수 있는지도 느낄 수 있었어요. 살아가는 데 인문학의 바탕이 왜 필요한지 깨치게 해준 책이라고 할까요.

▽윤 교수=서현 양 이야기가 참 신선하네요. 동국대는 올해부터 교양교육과정을 전면개편하고 학생들에게 100권의 고전을 읽게 할 계획입니다. 문학, 사회학, 철학, 과학, 기술, 불교,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독서를 의무화했습니다. 이런 독서가 젊은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총장님께서 말씀해주시죠.

▽김 총장=요즘이 아무리 스피드시대라 해도 책읽기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테크놀로지만으로는 창의와 혁신이 한계에 부딪치니까요. 특히 풍성한 교양과 성찰을 제공하는 고전읽기의 중요성을 우리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양교육을 전담하는 학부대학 다르마칼리지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신근육의 기초체력을 강화하지 않고는 우리가 지향하는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이 어렵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서현=저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과목이 고전세미나였어요. 그중에서도 ‘장자’를 읽고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큰 충격이었어요. 같은 대목을 놓고도 얼마나 다양하고 기발한 의견이 많았는지 정답만 외우던 고등학교 공부와 너무 달랐죠. 친구들한테도 배울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요. 후배들이 고전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으면 합니다.

▽김 총장=올해는 TV드라마에도 출연하고 뮤지컬도 하게 됐다고 보도를 통해 보았어요. 데뷔할 때는 진짜 소녀였는데 이제는 어엿한 숙녀가 된 것 같습니다.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던 입학식에 참석해 학생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곧 졸업할 때가 됐네요. 나는 그때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면서 후배들의 입학을 축하하러 갔는데 마침 서현 양이 입학한다고 해서 흐뭇했던 기억이 납니다.

▽서현=총장님께서 신입생들에게 독일 속담을 이야기하시면서 격려해주셨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때는 정말 어렸는데 학교를 다니면서 교수님들과 선배님들께 많은 것을 배워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올해부터는 연기자, 뮤지컬 배우로도 새로운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예쁘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김 총장=아이돌 가수라는 직업이 밖에서 보듯 화려한 것만은 아니라 들었는데 아주 고된 연습과 치열한 경쟁이 있지 않나요.

▽서현=초등학교 5학년 때 지하철에서 캐스팅된 뒤 오랫동안 SM에서 연습생 시절을 보냈어요. 잘 모르시는 분들은 아이돌 가수가 화려하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백조처럼 물 위는 우아해 보여도 물 아래에서는 열심을 발을 젓는 모습을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힘들지 않은 날이 없답니다. 하지만 제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많은 사람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힘을 내서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죠. 부모님께서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는 사람이 돼라는 말씀,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고 반듯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그런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윤 교수=두 분 말씀처럼 모든 대학생이 주변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현 양이 졸업 후에도 국민들을 위해 큰 기쁨을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길 기원하면서 함께 해주신 자리, 감사드립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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