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병언 시신 발견 현장 40여일간 방치…뼈·머리카락 그대로 ‘충격’

  • 동아닷컴
  • 입력 2014년 7월 22일 16시 50분


코멘트
사진=YTN 캡처
사진=YTN 캡처
유병언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은신처 인근에서 그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됐는데도 노숙자의 단순 변사로 취급하는 등 미흡한 초동수사로 비난을 받고 있다. 경찰은 시신의 머리카락과 뼈 등 증거물을 40여일간 현장에 방치하기도 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2일 서울 서대문구 본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일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못했고 21일 오후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와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당시 발견된 변사자의 행색이 노숙인 같고 유병언이라고 의심할만한 정황이 없어 무연고자 변사사건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들을 보면 유병언과의 연결고리들을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 중 스쿠알렌 병에는 제조회사가 구원파 계열사로 표시돼 있었다.

이 청장은 "시신 발견 당시에는 (유병언과의)연관성을 생각하지 못했고 가방에 스쿠알렌이 적혀있는 것도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바로 연관을 못 시킨 게 아쉽다"고 말했다.

또 현장에서는 이탈리아 브랜드인 '로로피아나'의 상의 파카와 '와시바' 신발도 함께 발견됐다. '로로피아나'와 '와시바' 모두 고가의 명품으로 알려져 있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노숙인의 단순 변사'로 단정짓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가방 안쪽에 써진 '꿈같은 사랑'은 유병언이 직접 쓴 책의 제목과 일치한다는 점, 변사체의 치아에 금니가 10개 있고 흰 백발 등 특이한 신체적 특징이 있었다는 점 모두 경찰의 초동수사가 허술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신 수습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시신이 발견된 지 40여일이나 지난 22일에도 현장에는 흰 머리카락 한 움큼과 피부, 뼈 조각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이 청장은 "시신 발견 당시 유병언이라고 추정 연결고리가 잘 발견됐다면 (수사가) 좀더 빨리 진행됐을 것"이라며 "그 당시에는 노숙자로 봤다"고 털어놨다. 이어 "순천에서 발견된 것인데도 유병언과의 연관성을 생각못한 점이 아쉽다"며 "문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YTN 캡처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