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8시경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로 이런 신고가 들어왔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여의도 한강공원. 여름밤 더위를 피해 한강을 찾은 시민들 사이에서 30대 남성 A 씨가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고 있었다. 손등에 핏줄이 서도록 깍지 낀 두 손을 머리 위로 흔들고 있었다. A 씨는 “유병언을 빨리 잡게 해주세요” “하느님이 벌을 내릴 거예요” “미국 만세” 등의 말들을 반복해 중얼거렸다.
출동한 강정모 경위(42)는 서둘러 경찰차에 있던 비옷으로 나체 상태인 A 씨를 감싸 인근 지구대로 데려갔다. 벗어 놓은 옷은 기도하던 자리에서 60여 m 떨어진 잔디밭 위에서 발견했다. A 씨는 지구대에 와서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한참을 기도했다. 20여 분간의 대화 끝에 집 주소를 알아낸 경찰이 A 씨의 아버지에게 연락했다. 오후 9시 30분경 도착한 아버지의 표정은 담담했다.
아버지를 통해 알고 보니 A 씨는 정신지체 3급이었다. 기도하는 법은 어렸을 때부터 다닌 정신병원에서 배운 것이었다. A 씨는 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고 인근 정신병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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