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휴지통]“유병언 잡게 해달라” 한강공원 알몸기도 소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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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사이 무릎 꿇고 횡설수설… 경찰, 정신지체 30대 부모에 인계

“속옷까지 벗은 남자가 계속 소리를 쳐요.”

7일 오후 8시경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로 이런 신고가 들어왔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여의도 한강공원. 여름밤 더위를 피해 한강을 찾은 시민들 사이에서 30대 남성 A 씨가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고 있었다. 손등에 핏줄이 서도록 깍지 낀 두 손을 머리 위로 흔들고 있었다. A 씨는 “유병언을 빨리 잡게 해주세요” “하느님이 벌을 내릴 거예요” “미국 만세” 등의 말들을 반복해 중얼거렸다.

출동한 강정모 경위(42)는 서둘러 경찰차에 있던 비옷으로 나체 상태인 A 씨를 감싸 인근 지구대로 데려갔다. 벗어 놓은 옷은 기도하던 자리에서 60여 m 떨어진 잔디밭 위에서 발견했다. A 씨는 지구대에 와서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한참을 기도했다. 20여 분간의 대화 끝에 집 주소를 알아낸 경찰이 A 씨의 아버지에게 연락했다. 오후 9시 30분경 도착한 아버지의 표정은 담담했다.

아버지를 통해 알고 보니 A 씨는 정신지체 3급이었다. 기도하는 법은 어렸을 때부터 다닌 정신병원에서 배운 것이었다. A 씨는 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고 인근 정신병원으로 이송됐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유병언#한강공원 알몸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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