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행정오류 줄일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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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호·사회부
정승호·사회부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야 정책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1일 취임한 이낙연 전남지사가 실국장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공직은 협력과 팀워크가 중시되는 조직이다. 모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지사 말이) 모두 옳다고만 할 게 아니라,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줘야 후회할 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소신과 용기를 주문한 것이다.

그가 도청 간부들과 첫 대면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한 배경은 뭘까. 인수위원회가 한 달여 동안 활동을 마치고 내놓은 최종 보고서를 보면 그 의미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인수위는 ‘혈세 먹는 하마’로 불리는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에 대해 ‘지속 개최’ ‘대회 중단’ ‘2016년 개최’ 등 3개 안 중 ‘대회 중단’에 무게를 뒀다.

2010년 F1을 유치한 전남도는 지난해까지 네 차례 대회를 치르면서 1910억 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7년 F1 대회의 타당성을 분석한 결과 경주장 건설에 2998억 원이 들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는 4285억 원이 투입됐다. 개최권료 및 운영비도 2010년 이후 예측치가 2314억 원이었으나 실제는 3067억 원이 들어간 데 비해 수익은 예측치(2314억 원)에 훨씬 못 미치는 1165억 원에 불과했다. 대회를 치르지 않는다고 해도 걱정이 크다. 대회 중단에 따른 위약금과 소송비용을 합쳐 최소 4000만 달러에서 최대 1억 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사파리 아일랜드, 경정장, 남악신도시 스포츠 콤플렉스센터 건립 사업도 중단 또는 보류를 건의했다. 이 지사의 발언은 이 같은 대형 사업 유치와 운영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과연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일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열을 중시하는 공직 문화에서 윗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No’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공무원은 많지 않다. 하지만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고,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공무원이 필요한 게 요즘 전남도의 현실이다. 이 지사도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말고 소신 있는 공무원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 지사의 좌우명이 ‘가까이 듣고 멀리 본다’는 ‘근청원견(近聽遠見)’ 아닌가. 격의 없는 건의와 활발한 토론이 전남 발전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정승호·사회부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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