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학부모 상대로 ‘시험지 장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3일 03시 00분


“국어 영어 수학 문제 알려주겠다”… 진학상담 자리서 검은 거래 제의
2년간 6차례 2000여만원 챙겨
고교 국어교사 체포… 공범여부 수사

서울의 한 여고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고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12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의 한 사립 여고 국어교사 A 씨(57)를 자택에서 체포하고 해당 여고에 수사관 6명을 보내 교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시험지 관련 자료와 A 씨로부터 시험문제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들의 성적표 등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회에 걸쳐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 문제를 B 양에게 보여주고 학부모로부터 모두 2000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업무방해·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A 씨는 한 번에 수백만 원씩을 현금이나 계좌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으나 “빌린 돈”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완성된 시험지를 보여주고 돌려받거나 시험 문제를 따로 정리한 문서를 아예 건네줬다. 과외 강습 형식을 빌려 시험 문제와 같은 유형의 문제를 풀게 하는 수법으로도 문제를 유출했다. 시험 문제를 구하기 어려울 때는 B 양에게 다른 교사를 연결해주기도 했다.

경찰은 A 씨가 자신의 담당 과목인 국어 시험지 외에 영어와 수학 시험지를 빼낸 혐의도 잡고 이들 과목 교사도 A 씨나 B 양에게 출제 유형을 알려주거나 문제를 유출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수년간 담임을 맡지 않았으나 2012년 초 2학년이 된 B 양 부모를 상대로 진학상담을 하다 “시험 문제를 알려 주겠다”며 먼저 범행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양은 3학년 1학기까지 A 씨로부터 시험 문제를 받았다. 하지만 B 양의 성적은 크게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계좌 추적과 통신수사 결과를 토대로 A 씨가 B 양 이외에 2, 3명의 학생에게도 시험 문제를 유출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A 씨에게 돈을 건넨 학부모도 혐의가 입증될 경우 업무방해 등으로 입건할 방침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시험문제 유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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