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후보단일화 논의만 하다 날 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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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지사-교육감 선거전 야권후보들 정책대결 실종…
“선거 유-불리만 따져” 비판

“후보 단일화 논의만 하다 날 새는 것 아냐?”

6·4지방선거의 후보 등록일(15일)이 임박한 가운데 경남도지사 및 경남도교육감 선거전이 ‘도전자’들의 후보 단일화 논의에 매몰된 형국이다. 정책 대결은 관심 밖이다. “정당과 후보의 정체성을 밀쳐두고 선거전의 유불리만을 따지는 단일화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작용도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야권 후보 단일화, 진보당 ‘시큰둥’

새누리당 홍준표 현 도지사(59)에게 도전하는 새정치민주연합 김경수 후보(46)는 10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후보 단일화를 거론했다.

그는 “경남은 야권이 뭉쳐야 이길 수 있는 곳으로 민주개혁 진영과 시민사회, 야권이 힘을 모아 범도민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보당 강병기 후보(54)를 향해 “김두관 경남도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낸 분으로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이나 김 후보가 공식적으로 강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지는 않았다.

진보당 강 후보는 “김 후보가 언론 플레이만 한다”며 불쾌감을 나타낸 뒤 “도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단일화는 새누리당 지지층의 결집을 촉발해 (대권 도전을 선언한) 홍 지사의 득표율만 올려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지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려면 3자 구도가 더 낫다는 논리다.

이어 “김 후보가 홍 지사를 확실히 이길 수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에게 도움을 준 우리 당에 감사하기는커녕 비난만 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새정치연합 중앙당이 진보당과의 선거연대에 제동을 건 데 대한 비판이다. 강 후보는 “잘못하면 진보당이 ‘양보당’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겠느냐”며 “이번엔 단일화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이던 김두관 전 도지사의 ‘중도 사퇴’도 후보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웠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진보당 강 후보가 무소속 김두관 후보에게 양보해 야권 단일후보가 탄생했고, 김 후보는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를 눌렀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대권 도전을 위해 2년 만에 지사직을 던졌다. “무책임할 뿐 아니라 야권연대의 기반을 무너뜨린 장본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2년 보궐선거에서도 야권은 무소속 권영길 후보로 단일화했지만 홍 지사에게 졌다. 홍 지사 측 정장수 선거준비위원은 “야권 후보단일화 문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교육감 후보도 단일화 논의로 ‘시끌’

고영진 현 교육감(67)이 12일 연임(통산 3선) 도전을 선언하는 가운데 도전자인 권정호 전 교육감(71)과 김명룡 창원대 교수(51)가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들은 “학생 2명이 교내에서 숨진 진주외고 사태에 책임을 지고 고 교육감은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며 “여론조사를 거쳐 13일 단일후보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중도 노선인 이들의 단일화는 예견된 것이었다.

다만 도전자 중 한 명인 박종훈 경남교육포럼 상임대표(53)는 권-김 단일후보와의 재단일화 추진에 부정적이다. 진보 성향이어서 노선이 다른 데다 경남 지역 9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좋은 교육감 만들기 희망네트워크’에서 추대돼 ‘홑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경남도교육감 선거전은 3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10년 교육감 선거전과 같은 구도다. 당시엔 고(25.9%), 권(24.3%), 박 후보(23.1%)가 골고루 나눠 가졌다. 고 교육감은 ‘어게인 2010’을 생각하지만, 다른 후보들은 “이번엔 우리가 이긴다”며 자신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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