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간판도 없는 회사들, 상표권은 兪씨 일가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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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유병언 일가 수사]
계열사 130여개 만들어 돈 빼돌려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D오피스텔빌딩 451호. 굳게 닫힌 철문에는 간판 대신 배달 음식점 전단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우편함에는 찾아가지 않은 우편물이 가득했다. 이곳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1995년 옥중 회고록 ‘꿈같은 사랑’과 설교 DVD,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월간지 ‘글소리’를 펴낸 출판사 ‘많은물소리(The voice of many waters)’의 법인등기상 주소지다. 경비원과 주민들은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 및 관계사는 그동안 30여 곳으로 알려져 왔으나 실제로는 ‘많은물소리’를 포함해 13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 전 회장 일가가 특허청에 출원한 상표 1357건을 동아일보 취재팀이 분석한 결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법인 10여 곳이 이 상표들을 법인명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많은물소리’도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42)가 2005년 상표를 출원했다.

숨겨진 회사의 경영진에도 유 전 회장 일가와 측근들이 포진해 있었다. 많은물소리의 전현직 감사인 박모 씨(45)와 김모 씨(48)는 현재 문진미디어와 천해지의 감사를 각각 겸하고 있다. ‘많은물소리’는 법인등기와 달리 경기 안성시 금수원(구원파 수련원)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업체들 중 상당수는 사실상 폐업 상태이거나 법인등기상 주소지와 다른 곳에서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생활용품 제조 및 판매업체 ‘사이소’와 다단계 판매업체 ‘다정한친구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세모신협 건물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간판도 없고 사무실 문도 잠겨 있었다. ‘사이소’에는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 씨(48)가, ‘다정한친구들’에는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2·여)가 이사로 등재돼 있다. 옆 건물에는 유 전 회장의 차녀 상나 씨(46)가 상표권을 가진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업체 ‘에이하나’가 입주해 있었지만 경비원은 “사무실이 비어 있다”고 전했다.

계열 업체 종류는 여행, 제과, 선박 등으로 다양했다. 유 전 회장은 1979∼2012년 대전 동구 중동에서 성업했던 유명 제과점 ‘에펠제과’의 상표권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폐업 직전까지 변기춘 아이원아이홀딩스 및 천해지 대표(42)가 감사였다. 국제영상과 노른자쇼핑의 대표를 맡고 있는 원로 탤런트 전양자(본명 김경숙·72) 씨도 에펠제과에 자주 드나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계열사 중엔 선박 관련 업체도 2개 있었다. 충북 음성군의 경기용 보트 제조업체 ‘하니파워’는 고창환 세모 대표(67)가 올해 1월까지 대표로 재직했고, 경남 고성군의 선박 수리업체 ‘용광로’의 감사는 김모 천해지 감사(48)가 맡고 있다.

한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 전 회장이 ‘아해’라는 예명으로 촬영한 사진작품 1점을 한 계열사가 무려 15억 원에 사들인 정황을 파악했다. 이는 2004년 필립스 드 퓨리 런던 경매에서 약 1억5945만 원에 낙찰돼 한국 사진작품 중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던 배병우 씨의 ‘소나무’보다 10배가량 비싼 가격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민지 채널A 기자·곽도영 기자
#유병언#세월호#세모그룹#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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