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부모 눈에 밟혀”… 진도로 돌아온 유가족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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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또 하나의 위로]
“얘들아 보고싶다, 빨리 돌아와” 유족 160여 명 팽목항서 피켓행진
바다향해 아들딸 이름 외치며 통곡

“미안하다… 사랑한다…” 가족들의 절규 1일 오후 경기 안산에서 출발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한 뒤 정부의 사고 대처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진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미안하다… 사랑한다…” 가족들의 절규 1일 오후 경기 안산에서 출발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한 뒤 정부의 사고 대처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진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이 다시 ‘고통의 현장’으로 돌아왔다.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부모 160여 명은 1일 오후 4시경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희생된 자녀들을 가슴에 묻었던 이곳을 다시 찾았다. 아직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 부모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입은 흰색 티셔츠에는 매직으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야 보고 싶다. 사랑한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얘들아 빨리 돌아와’ ‘내 새끼 찾아내라’고. 20여 명은 ‘학교에 있어야 할 우리 아이 바닷속에 웬 말이냐’ ‘기다림이 더 고통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팽목항 어귀까지 행진했다. 앞장선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렇게 절규했다. “내 아이를 찾아내라, 마지막 한 명까지 안아보자”로 시작해 “정부는 살인자”로 바뀌었다가 다시 “내 아이가 보고 싶다, 내 아이를 찾아내라”로 바뀌었다.

잠시 후 시신을 실은 배가 들어오는 팽목항 선착장 옆에서 이들은 멈춰 섰다. 부모들은 바다를 향해 자신의 자녀 이름을 외쳤다. 어머니는 통곡했고 아버지는 얼굴을 감싸 쥔 채 주저앉았다.

이들은 가족상황실 앞으로 이동해 “아들딸아, 보고 싶다. 내 아이를 찾아내라”고 소리쳤다. 아직 자녀의 생사를 모르는 부모들도 달려 나와 함께 울었다. 며칠 만에 다시 만난 단원고 학부모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대화를 나눴다.

오후 4시 반 가족상황실에서 한 남성이 A4용지 한 장을 들고 나와 게시판에 붙였다. ‘#218(번째 시신), 남성(학생 추정), 키 170∼175cm, 오른 쇄골에 점, 검은색 흰색 가로줄 무늬 라운드 티.’ 곧 도착할 시신의 인상착의였다. 실종자 가족들이 몰려들었다. 잠시 후 많은 인파 틈에서 보라색 등산복을 입은 한 여성이 “○○이 같아!”라며 울부짖었다. 다급하게 달려온 남편이 손가락으로 종이 위 글자를 짚어갔다. “맞아…. 맞다….” 둘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선착장 옆에 한 스님이 염불을 하던 자리. 한 중년 여성이 바다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실종된 자녀를 찾게 해 달라고 애절하게 기원하고 있었다. 주변 탁자에는 자녀에게 먹이고 싶은 피자, 탄산음료, 초코파이 등이 놓여 있었다.

그렇게 팽목항은 해가 저물었다. 아이를 떠나보낸 부모와 아직 찾지 못한 부모들은 함께 천막으로 향했다. 그들 위에서 자녀의 이름을 슬프게 외치는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곡은 먼 바다로 퍼졌다.

진도=이은택 nabi@donga.com·김준일 기자

#세월호 참사#실종자 부모#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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