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고통 눈감은 상술, 해도 너무 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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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에 초호화 수의 강권… 일부 장례업체 ‘정부 전액 지원’ 악용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편안하게 가도록 해야죠. 어차피 정부가 지원해 주는데 앙드레 김 스타일의 황금수의는 어떠세요?”

일부 장례업체들이 세월호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이용해 지나친 상술을 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은 장례비용을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는 점을 악용해 고가의 용품을 사용하도록 유족들에게 강권한다는 것. 복지부가 최근 지자체에 공문을 내려보내 일부 고가의 장례비용에 대한 경비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이 유족에게 권하고 있는 장례용품은 일반 장례식장에서 구하기 힘든 사치품이 대부분이다. 앙드레 김이 운영했던 주얼리 회사가 만든 1800만 원대 황금수의, 1000만 원이 넘는 안동삼베수의와 달마황금수의 등이 대표적이다. 대개 일반 장례식장에서는 수의가 재질에 따라 10만∼400만 원에 팔리고 있다.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 수준인 나무관보다 비싼 수입 관을 권한 업체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스틸로 만들어진 관을 국내에 들여오려면 500만 원가량이 든다.

나무 아래에 유골을 안치하는 수목장 업체는 4000만 원대 고급 나무를 권하기도 했다. 장례식장에서 파는 일반 음식이 아닌 호텔에서 추가로 음식 주문을 받거나, 소주 맥주가 아닌 양주를 공급하려는 업체도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 김모 양(17)의 친오빠는 “유족들 사이에서는 ‘정부 지원금으로 장례를 치르는 만큼 허례허식은 버리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아이들을 아름답고 고귀하게 보내주고 싶은 유족의 마음을 노리는 장사꾼은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례비용 상한선은 안전행정부와 유족 대표가 협의해서 결정할 문제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의 슬픔을 이용해 호화 물품을 팔려는 비정상적인 장례업체를 집중 관리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유근형 noel@donga.com / 안산=김수연 기자
#세월호#장례업체#황금수의#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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