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중국산 원료 사용은 감추고… ‘반값 비타민’의 꼼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4일 03시 00분


이마트-고려은단 PL상품 논란

이마트가 최근 내놓은 ‘반값 비타민’에 약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비타민을 공급하는 특정 제조사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약사단체는 이마트가 1000mg 이상 고함량 비타민 분야 1위인 고려은단과 함께 제품을 내놓는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는 감추고, 기존 제품은 가격에 거품이 있는 것처럼 홍보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한약사회의 서울 경기 부산 대전 등 일부 시도 지부가 조직적으로 고려은단 제품에 대한 반품·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각 지부는 회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고려은단 전 제품을 반품하고 당분간 취급하지 말라”는 연락을 돌리고 있다. 일부 약국은 실제로 제품을 반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회가 집단 반발에 나선 것은 이마트가 고려은단으로부터 공급 받아 값싸게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L) 제품 ‘이마트 비타민C 1000’을 내놓으면서부터다. 고려은단의 기존 비타민C 제품은 영국 DSM사의 비타민C 원료로 생산한다. 반면 이마트에 납품하는 제품의 원료는 중국산이다. 중국산 원료의 가격은 영국산의 4분의 1 수준으로 품질 신뢰도가 영국산보다 낮다.

이마트는 이 같은 비타민C 원료의 원산지를 영국산을 사용한 일부 프리미엄 제품에만 표시하고, 중국산을 사용한 일반 제품에는 표시하지 않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비타민 원료에 대한 원산지 표기 의무는 없고 다른 중국산 원료 제품도 원산지를 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비타민C 일반 제품은 200정짜리 제품 가격이 9900원(100정당 4950원)이다. 같은 함량인 ‘고려은단 비타민C 1000’의 가격은 약국에서 300정짜리가 2만2000원(100정당 7330원) 수준에 팔린다. 기존 고려은단 제품보다 이마트 비타민이 30% 정도 저렴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약사회 측은 이마트와 고려은단이 저(低)품질의 원료를 사용해 원가가 싼 제품을 만들어놓고 같은 제품처럼 홍보하는 바람에 약국이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한 약사회 지부장은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고려은단은 약사들의 신의를 저버리고 약사를 폭리만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며 “고려은단 제품 전량 반품을 통해 회사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적었다. 다른 지부장도 “약사들의 폭리 추구 불명예를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약사들의 반발에 대해 비타민 판매 시장을 지키기 위한 집단 이기주의라는 시각도 있다. 가격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약사회는 고려은단에 납품가 인하 등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약사회 관계자는 “이마트와 고려은단이 제품 정보를 알리지 않고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는 상황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반값 비타민C 유통의 문제점을 각 약국에 알려 피해를 줄이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중국산 원료#반값 비타민#이마트#고려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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