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삼인 바로 옆에 또 한삼인… 동대문 상가에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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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外 소매점에도 납품… 商도덕 무시한 농협의 꼼수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의 ‘농협한삼인’ 가맹점(오른쪽)과 불과 2m 떨어진 곳에서 ‘한삼인’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다른 소매점들. 본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소매점들은 지난달 26일 간판을 철거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의 ‘농협한삼인’ 가맹점(오른쪽)과 불과 2m 떨어진 곳에서 ‘한삼인’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다른 소매점들. 본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소매점들은 지난달 26일 간판을 철거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H빌딩 2층 건강식품 매장. 지난달 25일 이곳에서 농협 홍삼 브랜드 ‘한삼인’ 제품을 팔고 있는 점포는 3곳이었다. 이들은 각각 ‘농협홍삼’ ‘한삼인홍삼’ ‘농협한삼인’ 등의 간판을 단 채 불과 2m 간격을 두고 영업 중이었지만 이 중 농협홍삼 본사와 정식으로 가맹 계약을 맺은 곳은 김모 씨(51)의 ‘농협한삼인’ 점포뿐이었다. 김 씨는 “본사가 ‘반경 1km 영업권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어기고 주변 소매점들에도 한삼인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 가맹점 사방에 ‘한삼인’ 간판


지난해 5월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 횡포 사태로 ‘갑을’ 논란이 불거진 지 1년이 돼가지만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는 가맹 계약 위반 신고가 554건 접수됐다. 여기에 김 씨를 비롯한 일부 농협홍삼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갑의 횡포’냐 ‘을의 생떼’냐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한삼인 제기동점을 두고 다툼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7월. 농협홍삼은 기존 가맹점주 김 씨에게 가맹권을 넘겨달라고 제안했다. 이 일대 일반 홍삼 소매점들과 납품 계약을 맺어 시장을 확장하려면 기존에 김 씨와 맺은 “가맹점 반경 1km에는 다른 점포를 내주지 않는다”는 ‘불문 계약’을 해결해야 했다. 양측의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자 농협홍삼 측은 가맹권이 곧 양도될 것이라 확신하고 8월 김 씨의 점포 주변 소매점에 한삼인 제품을 1년 6개월간 납품하기로 계약을 완료했다.

하지만 양도 계약이 같은 해 9월 금액 등 조건 차이로 결렬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김 씨가 영업을 재개했지만 이미 농협홍삼과 도소매 계약을 맺은 인근의 일반 소매점들도 한삼인 제품을 진열하고 영업에 나섰다. 김 씨는 “농협홍삼 측이 가맹 계약을 위반해 2012년 7975만 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2109만 원(2012년 대비 26.4%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 농협 “가맹과 무관한 납품 계약”

다른 농협홍삼 가맹점주들도 본사의 횡포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A 씨(51)는 서울지역에 가맹점을 차린 지 4년 만인 지난해 3월 폐업하고 지금은 일용직 노동자로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본사가 재고 처리를 위해 대형 행사장에 제품을 덤핑하는 바람에 가맹점 매출이 떨어졌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다른 가맹점주 B 씨도 “주문한 적 없는 신제품이 본사로부터 ‘밀어내기’식으로 내려왔고 불과 500m 떨어진 대형마트에도 한삼인 제품이 들어오면서 매출이 떨어졌다”며 폐점을 고려하고 있다.

농협홍삼 측은 “가맹 계약 당시 약속한 ‘영업권 보장’은 기존 가맹점 주변 1km에 다른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열지 않는 것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일반 소매점과 단순 납품 계약을 맺는 것은 기존 계약 위반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농협홍삼 관계자는 “김 씨는 기존에도 인터넷에서 한삼인 제품을 무단 판매하는 등 불량 영업을 했고, 가맹권 양도 계약이 결렬된 뒤 점포를 성실히 운영하지 않고 있다가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무리하게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달 말 김 씨의 제기동점 인근 소매점들은 한삼인 간판을 철거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한삼인#농협#상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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