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금지, 학원들만 웃겠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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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규제법 시행령 입법예고
‘고교수준 넘는 전형’ 대학 정원10% 감축… 중고교 선행유발 반배치고사 금지

올 2학기부터 시행될 학교 내 선행학습금지 대상에서 고3 수험생은 제외된다. 또 교육부는 입시에서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문제를 출제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대학과 고교,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3월 국회를 통과한 선행학습금지법(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세부 시행령을 9일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초중고교의 선행학습은 전면 금지된다. 단, 고3 수험생의 경우만 학기당 이수과목 수를 학교 자율로 정하게 해 예외적으로 선행학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학기당 이수 과목 수가 8개 이내여서 기하와 벡터 분야의 경우 진도상으로는 2학기에 배정돼 있다. 선행학습금지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학교에서도 선행학습이 가능해 1학기에 모두 배울 수 있었지만 이 법이 생기면서 불가능해진 것. 고3의 경우 통상 1학기 때 2학기 내용까지 모두 배운 뒤 이후에는 시험 준비를 하기 때문에 법대로 가르칠 경우 시험 준비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수과목 수를 학교 재량에 맡기는 방식으로 2학기 수업 내용을 1학기에 가르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육부는 입학시험을 실시하는 특목고 등 중고교와 대학이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문제를 내는 것도 금지키로 했다. 특성화중, 특목고, 자사고에서 입학 예정 학생에 대한 선행교육은 물론이고 반 배치고사에서 아직 배우지 않은 내용을 출제하는 것도 금지된다. 2회 적발되면 관련 교원 징계, 입학정원의 10% 감축, 3년간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또 해당 학교가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문제를 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선행학습 영향평가도 하기로 했다.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대학과 중고교 입시 문제를 분석해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문제를 출제했는지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는, 그야말로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를 보고 선행학습이 필요한 문제라고 판단할 수 있는 수험생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출제 문제에 대한 분석도 수학 같은 경우에는 비교적 선행학습 내용인지 구별할 수 있지만 인문계 논술의 경우 어디까지를 선행학습의 범위로 정할지 구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 입학 전형이 종료된 후 학교 자체적으로 위원회를 꾸려 평가하는 수준이라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도교육청의 상시 학교점검도 허점이 많다. 상시점검은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거둬 분석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소 수업은 선행학습을 하되 중간·기말고사 문제만 진도에 맞게 낼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무리한 제도를 만들어놓고 이를 지키기 위해 더 무리한 정책을 자꾸 양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사교육 대신 학교 내 선행학습으로 공부했던 학생들마저 이번 정책으로 학원으로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선행학습#교육부#규제법 시행령#반배치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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