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 1명 정보로 3, 4대 신청… 사기대출 악용 ‘범죄폰’ 양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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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 59% 인터넷 통해 개통

대포폰 유통범들은 도용할 개인정보 확보, 타인 명의 이동통신 가입, 대포폰 판매를 분업화해 인터넷 딜러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대포폰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가입자 늘리기에만 신경 쓰는 통신사들의 대응은 미온적이라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어떻게 대포폰 만드나

부산 사상경찰서가 지난달 검거한 남모 씨(51·구속) 일당은 지난해 9월 인터넷으로 대포폰을 개통했다. 인터넷 개통은 판매자를 대면할 필요가 없어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가입하는 것보다 명의자 본인으로 위장하는 것이 간편했기 때문이다.

통신사가 가입자 본인임을 확인하기 위해 명의자의 휴대전화로 본인 인증을 요구했지만 일당은 가뿐히 통과했다. 이들은 먼저 명의를 도용할 96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민등록증 사본을 확보하고 인터넷 딜러(가입자 모집업자) 6, 7곳을 통해 명의자 한 명당 3, 4대씩 360대의 휴대전화 가입을 KT에 신청했다. KT가 본인 인증용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이는 일당의 상부 조직이 미리 명의를 도용해 개설한 휴대전화 96대로 전해졌다. 일당은 이런 수법으로 명의자 한 명당 3, 4대씩 총 360대의 대포폰을 새로 만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남 씨 일당은 가입 신청 시 첨부하는 주민등록증 사본의 주소를 위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실제 명의자 본인의 주소로 요금 고지서가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또 비용 부담과 부피를 줄이기 위해 휴대전화를 통째로 구매하지 않고 가입자의 신원과 전화번호 정보가 기록되는 유심(USIM)만 개통하는 수법을 썼다.

○ 모니터링 철저히 하고 인터넷 딜러도 점검해야

이처럼 인터넷을 통한 대포폰 개설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포폰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가입 과정을 까다롭게 하면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뒤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탓이다.

대포폰은 확보된 1명의 개인정보로 여러 대를 개통해 판매해야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대를 개통하는 가입자에 대한 검증만 철저하게 해도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명의 명의로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가족 여러 명이 쓰는 경우 등 필요 시에는 용도를 증명하도록 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대포폰 제조의 주요 경로가 되는 인터넷 딜러에 대한 점검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딜러들은 사설 인터넷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운영하며 가입을 원하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놓고 있다가 ‘정책이 좋아질 때’(보조금이 많을 때) 판매점주로부터 돈을 받고 가입자를 넘기는 업자들이다. 이번 한 달간의 경찰 단속에서 적발된 대포폰 중 KT를 통해 가입된 대포폰이 78.5%(492대)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뒤이어 SKT 9.7%(61대), LG유플러스 7.0%(44대) 순이었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단속 기간이 짧아 통계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 인증의 경우 본인이 사용하던 기기를 다른 기기로 변경할 때만 가능하고, 신규 가입이나 번호 이동 시에는 신용카드나 공인인증서로만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조종엽 jjj@donga.com·강은지 기자
#대포폰#사기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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