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등 투자금 120억 들고 中 잠적 탈북사업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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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 수억원 일시 보상금 처음부터 노려

탈북자 출신 사업가로 유명한 H무역 대표 한모 씨(49)가 귀환 국군포로와 탈북자들의 투자금 120억 원가량을 빼돌려 중국으로 달아난 혐의로 27일 피소됐다. 한 씨는 국군포로 대다수가 정부로부터 보상금 3억∼6억 원을 연금이 아닌 일시금 형식으로 받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처음부터 이를 노린 정황도 포착됐다.

27일 유영복 귀환국군용사회장(84) 등 국군포로 10명은 투자금 20억 원을 챙겨 달아난 혐의(사기)로 한 씨 등 H무역 관계자 7명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이들 외에도 탈북자 400여 명이 투자금 100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지만 투자액이 밝혀질 경우 정착 지원금이 끊길 것을 우려해 고소장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회장 등은 경기 파주시의 생활용품 수출업체 H무역에 1억∼4억 원을 빌려주고 매달 원금 1.5%(연 18%)를 수익금으로 받는 조건으로 2010년 한 씨와 계약했다. 하지만 한 씨는 이달 19일 중국 선양(瀋陽) 출장 도중 회삿돈을 챙겨 잠적했다.

유 회장 등에 따르면 한 씨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H무역 본사 사무실 건물에 ‘국군포로 쉼터’를 만들어 숙식을 제공하고 팔순 잔치와 국내 여행을 주선했다. 국군포로 이모 씨(81)는 “한 씨가 마치 친아들처럼 우리를 극진히 대접했고, 투자 수익금도 은행 금리보다 훨씬 나았기 때문에 믿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국군포로들의 H무역 투자 사실을 알고도 사기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단법인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물정 모르고 거액의 일시 보상금을 탈북 브로커나 친인척에게 뜯기고 외롭게 지내 사기에 취약한 국군포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정부 탓도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탈북자#탈북사업가#국군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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