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흉물같던 송도석산… ‘별 그대 절벽’으로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5일 03시 00분


채석장이었다가 소음으로 중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서 등장 후 관광코스에 포함시키는 상품 등장
실제론 인천도시公이 유원지 개발 중

골재를 채취하다가 중단돼 절반이 파헤쳐진 인천 연수구 옥련동 송도석산. 작은 사진 속 장면인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빠진 천송이(전지현)를 구출한 장소로 알려져 유명해졌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골재를 채취하다가 중단돼 절반이 파헤쳐진 인천 연수구 옥련동 송도석산. 작은 사진 속 장면인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빠진 천송이(전지현)를 구출한 장소로 알려져 유명해졌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 알려진 인천 연수구 옥련동 송도석산(면적 13만9000m²·높이 60m)의 활용 방안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인천대교 진입로에 위치한 송도석산은 과거 골재를 채취하던 채석장이었으나 발파 소음에 따른 민원으로 채석이 중단돼 그동안 ‘도심 속 흉물’로 방치돼 왔다.

‘별에서 온 그대’는 인천대 송도캠퍼스와 송도센트럴로, 시립박물관, 송도석산 등 인천 촬영 장면이 많다. 특히 송도석산은 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이 천송이(전지현)의 목숨을 두 번씩이나 구출한 장소로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됐다. 인터넷에서는 ‘별 그대 절벽’으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시 산하 공기업인 인천도시공사는 이 촬영지들을 활용해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중국과 일본, 동남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한류관광 상품인 ‘별그대 속 인천’을 출시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이 드라마의 주요 배경이었던 이 촬영지들을 둘러본 뒤 인천에서 숙박하며 공연을 관람하는 관광코스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29만 명에 이르는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시는 올해 35만 명을 유치하기 위해 18일 국내 7개 중국전담 여행사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송도석산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것은 한시적 사업이고, 도시공사는 장기적으로 재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1994년 송도석산의 토석 채취가 중단돼 산 전체의 절반 정도가 파헤쳐진 채 20년이나 방치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송도석산이 인천공항에서 인천대교를 건너 도심에 들어오는 관문이자 접속 도로를 거쳐 제2경인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 도시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그동안 송도석산 개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과 2007년 민간기업이 호텔이나 휴양시설 등을 건립하기 위해 시에 개발계획안을 제출했지만 특혜 의혹이 불거져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2008년에는 시가 송도석산의 내부를 파내고 만든 동굴(면적 1만 m² 규모)에 미술관을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흐지부지됐다.

결국 시는 같은 해 도시공사(당시 인천도시개발공사)와 협약을 맺어 송도석산을 ‘시민의 숲’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도시공사가 토지 보상비 등 418억 원을 부담해 송도석산을 공원으로 조성하고, 완공한 뒤 1년 이내에 시가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시공사는 송도석산 개발사업 용역을 거쳐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원지로 개발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협약에 ‘송도석산 부지 및 시설을 민간에 매각하거나 위탁사업 등을 통해 사업비 보전 방안이 있을 경우 시의 매수 의무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들었다. 사업비 1447억 원 가운데 700억 원을 민간 자본으로 유치해 올해까지 복합스포츠센터(3만1250m²)와 유스호스텔(7400m²), 미술관(6000m²) 등을 짓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민간 사업자를 모집했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수년째 겉돌고 있다. 그렇다고 7조 원이 넘는 채무를 지고 있는 도시공사가 선뜻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도시공사는 송도석산 개발사업이 원래 시의 정책사업이었으나 협약을 통해 대행하게 된 것인 만큼 시에 사업비를 보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재정난을 겪고 있는 시는 도시공사에 사업비를 보전해줄 돈도, 의무도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협약 내용은 송도석산을 숲으로 조성할 경우 사업비를 보전해준다는 것이지 수익사업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별에서 온 그대#인천 연수구#송도석산#채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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