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심리학자 로저 반즐리는 1980년대 중반 캐나다 우수 하키 팀에서 하나의 ‘철의 법칙’을 발견했다. 우수 선수들 가운데 1∼3월생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캐나다에서는 1월 1일을 기준으로 나이를 헤아리고 그에 맞춰 소년 하키 팀을 구성한다. 이 때문에 열 살짜리를 선수로 선발할 때 1월 2일생은 거의 1년 늦게 태어난 12월 31일생과 같이 하키를 하게 된다. 이렇게 구성된 하키 팀에서 생일이 빠른 소년들이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낸다. 열 살의 어린 나이에 월령(月齡·달수로 헤아리는 나이)의 차이는 신체 발달상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처럼 학습에서도 이런 법칙이 유효할까. 외국의 관련 학계(교육경제학)에서는 실질 연령이 많을수록 초중학교 단계에서는 학업 성취도가 높지만 고교 단계 이후 직장(노동시장)에서는 연구결과가 상반되게 나와 뚜렷한 경향을 찾기 힘들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밭대 경제학과 남기곤 교수(사진)는 한국의 경우 실질 연령이 많을수록 중학교 단계에서는 학업 성취도가 높지만 고교 단계에서는 차이가 없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그는 이 분야의 국제적인 저명 학술지인 ‘교육경제학 리뷰’ 최근호에 게재한 ‘연령이 학업성적에 미치는 효과는 언제까지 지속되는가’라는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의 초등학교는 입학일인 3월 1일에 만 6세에 도달한 아동만이 입학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같은 학년이라도 3월생과 2월생은 평균 11개월의 연령 차가 난다. 분석에 따르면 중학교 단계에서는 연령이 1개월 많으면 학업성적이 표준편차로 0.02가량 증가했다. 11개월 차를 감안하면 0.275 편차여서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였다.
이런 차이가 고교 졸업 단계에서는 없어졌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학업성적이 뒤처졌던 월령이 적은 학생들이 더욱 노력해 성적 부진을 만회했을 가능성이다. 개인적인 학습시간이 중3∼고1 때는 월령이 높을수록 더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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