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십 강조 ‘을지式교육’… 간호고시 13년째 100% 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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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대 간호대학 독특한 교육관

올해 2월 졸업한 173명 모두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을지대 간호대학. 이 학교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13년 동안 졸업생 100% 국가고시 합격 신화를 쌓아가고 있다. 을지대 간호대학 제공
올해 2월 졸업한 173명 모두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을지대 간호대학. 이 학교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13년 동안 졸업생 100% 국가고시 합격 신화를 쌓아가고 있다. 을지대 간호대학 제공
“많은 대학들이 리더십을 강조하지만 간호사에게는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팔로십(Followship)이 더 중요합니다. 팔로십을 통해 리더십을 키우는 게 을지대 간호대학만의 특징이지요.”

새 학기가 시작되며 봄기운이 도는 경기 성남시 을지대 성남캠퍼스에서 만난 임숙빈 간호대학장은 신입생을 반기느라, 제자들과 학교를 자랑하느라 연신 싱글벙글거렸다.

○ 13년째 국가고시 100% 합격

을지대 간호대학은 2002년부터 올해로 13년째 간호사 국가고시 전원 응시, 전원 합격 기록을 세웠다. 100% 합격이 거듭되다 보니 어느새 이 대학의 전통이 됐다. 임 학장은 “팔로십으로 환자들의 요구를 읽는, 소통하는 간호사를 육성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간호사 국가고시는 간호학을 공부한 학생들이 간호사가 될 수 있는 기본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에 한 명도 낙방하지 않는다는 것은 교육과정의 기초가 탄탄하다는 의미다. 을지대 간호대학은 교육과정을 처음 개설할 때 전국에 있는 간호학과 커리큘럼을 모두 검토·분석하는 등 공을 들였다.

국가고시 경향을 파악하는 데는 뛰어난 교수진의 활약도 컸다.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교수가 많아 국가고시 관련 정보를 얻는 데 용이했고, 달라지는 환경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수시로 모의고사도 실시했다. 문제들은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단계적으로 공부하고 평가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렇게 모의고사로 맞춤식 학습계획을 도운 것도 100% 합격에 한몫했다.

또 국가고시를 치르는 4학년을 위해 자율학습실을 열고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임 학장은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하도록 독려하고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은 지도교수들이 따로 격려했다”며 “국가고시는 꼭 통과해야 할 관문인 만큼 준비 과정을 통해 학생 스스로가 자기조절과 성취감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학장은 13년 연속 국가고시 100% 합격의 의미를 “교수와 학생 간 서로를 믿는 마음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학장은 “간호대학 구성원 모두가 각자 맡은 부분을 잘 해내고 공동의 성취를 이룬 멋진 기분”이라며 웃었다.

실제 을지대 간호대학은 사제간의 정이 끈끈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간호대학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같은 교수가 학생들을 지도한다. 2, 3명의 교수가 한 학년을 담당해 맡은 학생들의 특성에 맞춰 서로 의논하며 지도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공부만이 아니라 정도 쌓여 졸업 후에도 학교를 방문하는 학생이 많다.

임 학장은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이라 그런지 마음이 순수하고 성격도 원만하다.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가꾼다는 점은 간호를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공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라며 “학생들의 성품과 맞춤식 지도프로그램이 서로 맞물려 사제지간 유대관계가 특별한 게 우리 대학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실습교육이 잘 되어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을지대 간호대학은 대전에 있는 을지대병원, 서울 노원구 을지병원, 강남구 강남을지병원에서 실습교육을 하고 있다. 간호대 교수 31명 중 9명은 산학협력교수인데, 다양한 분야의 실습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서브인턴십제도를 통해 학생이 원하는 간호영역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임 학장은 “병원 실습교육 외에도 대학에서 시뮬레이션 기기를 갖추어 놓아 간호술을 충분히 익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을지대 간호대학은 캠퍼스가 대전과 성남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두 캠퍼스가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캠퍼스 간 상시 정보교류와 협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교수들은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수시로 회의하고 있다.

○ 세계인을 양성하는 대학

졸업생들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졸업 직후에는 대부분 병원 간호사로 시작한다. 이후에는 대학교수, 장학사, 공무원, 보건교사, 산업간호사, 연구간호사, 전문강사 등으로 활동하거나 해외 취업 또는 지역사회 보건의료시설, 봉사단체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임 학장은 “졸업 후 에콰도르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미국 뉴욕에서 간호사를 하는 등 졸업생들이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간호 공부를 통해 자기 가능성을 깨닫고 발현하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을지대 간호대학은 2년마다 국제간호학술대회를 열어 왔다. 올해 10월 말에는 을지대 간호대학이 주최하는 제3회 국제간호학술대회가 열린다. 이번 국제간호학술대회는 교수들만의 학술대회가 아니라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해 미래의 꿈을 키우는 생생한 학습의 장으로 꾸며진다. 주제는 ‘간호의 대대적인 변화에 대한 요구(a call for radical transformation)’이다.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맞춰 전통적인 간호의 바람직한 변화상을 다룬다. 올해부터 새롭게 마련되는 학생 코너에서는 을지대 간호대학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어떻게 간호계의 변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해 토론한다.

국제간호학술대회가 세 번째로 열리게 된 배경에는 을지대 간호대학에 대한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의 전폭적인 성원과 지원이 있다. 임 학장은 “1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간호 학술문화를 선도하는 게 목표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게 아닌 교수들과 학생이 함께 만나 즐기는 학술대회를 열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임 학장은 을지대 간호대학의 목표를 “세상을 구하는 간호”라고 말했다. 청년의 패기와 열정으로 인간사랑, 생명존중을 실천하는 간호교육을 통해 세계인으로 거듭나는 간호인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해내고 싶다는 뜻을 품은, 큰 꿈을 가진 학생들이 을지대 간호대학에 많이 지원했으면 한다”는 소망도 밝혔다.

임 학장은 “을지대 간호대학 학생들이 ‘무엇을 하느냐’를 추구하는 세태 속에서 ‘어떻게’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며 자기 역할을 차별화해 가는 동문들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간호사 업무가 처음 몇 년은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좌절과 실패를 통해 배우며 환자의 엄마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소통을 잘하는 간호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중독재활과 등 7개科 국내 첫 개설… 보건의료 특성화 ‘작지만 강한 대학’ ▼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을지대는 한 해 입학정원 1144명, 재학생 5200명 정도 규모의 작은 대학이지만 보건의료 특성화를 통해 강소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3년 10월 을지대는 BK21 플러스 특화전문인재양성사업에 시니어 헬스케어 특화산업 고급 전문인력 양성사업단으로 선정됐다. 정부 지원금은 7년간 31억여 원이다. 이는 건강, 문화 콘텐츠 등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의 융복합 고급 실무형 전문 인재를 배출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13년 연속 국가고시 100% 전원 합격과 함께 취업률도 높아 2010년에는 4년제 종합대학 전국 1위, 2011년에는 4년제 종합대학 ‘다’군 전국 1위에 올랐다.

이런 배경에는 을지대에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는 재단이 있다. 을지대는 2011∼2013년 3년 연속 전국 사립대 중 법정부담금 부담률 1위 대학에 올랐다. 2013년에는 등록금 의존율이 낮은 대학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런 까닭에 학생들은 걱정 없이 학업에 매진하고, 교수들도 연구와 강의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평가다.

을지대는 대전캠퍼스에 의·생명중심 4개 학과와 성남캠퍼스에 보건·의료중심 19개 학과가 있다. 의예과, 간호학과, 임상병리학과 등 의료 분야의 국가면허를 취득하는 학과를 제외한 7개 학과가 국내 최초로 개설된 학과이다.

국내 최초로 개설된 장례지도학과는 낙후된 장례문화 서비스를 개선하고 건전한 장례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국내 유일한 스포츠아웃도어학과는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욕구로 확대되고 있는 아웃도어 활동과 관련된 인력의 수요에 부응하고자 국내 최초로 개설됐다. 스포츠아웃도어와 접목된 전문지도 능력, 아웃도어 관련 조직의 경영과 관리 능력, 글로벌 아웃도어 산업 개척 등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중독재활복지학과도 국내에 처음으로 개설됐다. 학과생들은 기본적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한 뒤 마약, 알코올, 도박, 인터넷 등 물질 및 행위 중독자들의 치유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배운다.

이 외에도 을지대는 융합 학문을 가르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환경과 산업재해, 위생 등의 전문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보건환경안전학과, 식품과학 및 외식조리에 외식경영 분야를 융합한 식품산업외식학과, 의료 IT시스템 개발에서 마케팅과 유통을 융합한 의료 IT마케팅학과, 보건의료복지 분야의 홍보와 디자인 전문가를 양성하는 의료홍보디자인학과 등이 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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