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직후 엔진 펑 펑 펑… 하늘서 공포의 100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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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명 탄 보라카이行 필리핀機… 15일밤 인천공항에 아찔한 회항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으로 가던 필리핀 국적 항공기가 엔진 고장으로 회항하면서 승객들이 기내에서 100분 넘게 공포에 떨어야 했다. 사고 항공기는 필리핀의 휴양지 보라카이로 가던 중이었다.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공항경찰대에 따르면 필리핀항공 소속 PR 491편이 15일 오후 9시 44분경 이륙했다. 그러나 10여 분 뒤 항공기 오른쪽 날개 엔진에서 수차례 ‘펑’ ‘펑’ 하는 굉음이 나면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그러곤 난기류를 만난 듯 심하게 흔들렸다. 창가에 있던 여성 승객은 엔진 쪽에서 붉은색 섬광이 비치며 심하게 요동치자 극심한 공포에 떨었다. 일부 승객은 고통을 호소하며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기도 했다. 한 승객은 “항공기가 이륙한 지 얼마 안 돼 날개에서 폭발음이 났고 동시에 불꽃이 튀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 당시 비행기의 기장은 객실 소음과 냄새가 심해 서울지방항공청에 회항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고 항공기는 착륙을 하는 데도 문제를 일으켰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접근했지만 바퀴가 기체 밖으로 내려오지 않는 랜딩 기어 이상으로 착륙에 잇달아 실패한 것. 결국 4, 5차례 더 착륙을 시도하다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 지 1시간 40여 분이 지난 15일 오후 11시 21분경 어렵게 착륙에 성공했다.

사고 항공기에서 100분 넘게 공포의 비행을 경험한 한국인 승객 176명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한 여성 승객은 “마지막 착륙 시도에 앞서 항공사 승무원들이 승객 위치를 옮기고 일부 어린이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며 공포에 떨었다”고 말했다. 다른 승객은 “마지막으로 착륙이 어려워지면 비상 출입문을 뜯어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로 급박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륙 단계에서 새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엔진에 문제가 생기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보고받았다”면서 “이후 항공기가 수차례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기장이 바퀴가 기체 밖으로 내려왔는지를 지상요원과 수차례 확인하느라 착륙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사고 항공기에 타고 있던 한국인 승객 176명 가운데 102명은 필리핀항공 소속의 다른 비행기를 타고 16일 오전 당초 예정한 필리핀 보라카이로 출발했고 13명은 다른 날로 일정을 바꿨다. 나머지 61명은 예약을 취소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 계류장과 활주로에서 벌어진 사고가 아니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은 단정할 수 없다”며 “필리핀 공항 당국에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항공사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일부 승객은 “필리핀항공 측이 위로의 말도 않은 채 재입국 절차를 받을 때 ‘구입한 면세품을 반납하라’고 독촉해 실랑이가 벌어졌다”며 항공사 측에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인천=차준호 run-juno@donga.com / 홍수영 기자
#필리핀 항공 사고#보라카이#인천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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