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청주약국 앞 모습. 청파사장과 알프스양화점 다음으로 청주뻬까리 간판이 희미하게 보인다(위 사진). 1960년대 서문동 시외버스 주차장과 그 주변. 당시 조치원까지는 버스 노선이 개설되지 않아 시발택시가 다녔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제공
“청주베이카리, 일제강점기에는 뻬까리, 청주뻬까리라고 불렀지. 그것이 청주약국 맞은편이야. 일본 사람의 제빵점인데 청주 사람들은 아주 청주뻬까리야, 청주뻬까리. 그렇게 유명했어.(‘청주약국 앞 홍문당, 홍문당 옆 청주뻬까리’ 본문 중에서)
충북 청주의 대표 중심가인 성안길의 1940∼70년대 변화상(像)을 문화사적 시각에서 다룬 구술 자료집(사진)이 발간됐다. 청주시문화재단이 지역 토박이 10명의 구술을 바탕으로 최근 펴낸 자료집 ‘청주약국 앞 홍문당, 홍문당 옆 청주뻬까리’(도서출판 고두미·207쪽). 이 자료집은 성안길의 주요 공간과 명소, 다양한 이야기를 보존하기 위해 만들었다. 시문화재단 이병수 차장이 2012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음성녹음한 뒤 지난해 말까지 추가면담 등 보완을 거쳐 완성했다. 내용의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충북도와 청주시, 청주문화원 등 관련 기관 단체와 전문가들이 제공한 근대 사진자료를 삽입했다.
이 책에 이야기를 풀어낸 토박이들은 이승우 전 충북도 기획실장(83), 김재찬 홍콩양복점 대표(81), 김운기 전 충청일보 사진기자(77), 박영수 전 청주문화원장(76), 이순이 청송통닭 대표(76), 민병인 연극인(74), 정일원 전 청주MBC 프로듀서(74), 김종근(71) 이덕순 씨(69) 부부, 이평주 상신양행 대표(63) 등이다. 이들은 성안길의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그동안 시민들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도 공개했다.
먼저 8·15광복 전 청주에 미군 B-29기 출현 사실 및 청남초 옆 야산과 청주대교 무심천둔치에 있던 피란민수용소, 성안길 이도우백화점, 옛 청주역(북문로3가) 근처 마차골목 등이 이들의 구술을 통해 새롭게 드러났다.
또 이 시기 성안길의 명소(현재 청주약국 사거리∼성안길 입구 구간)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됐다. 성안길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인 청주약국을 비롯해 △광복 후 1호 다방인 샛별다방 △최고의 빵 맛을 자랑하던 청주뻬까리 △홍문당 △충북 1호 반도사진관 △명랑식당 △청주관 △중국요리식당인 행화춘 △명사와 예술인의 단골 사랑방이던 돌체다방과 오페라다방 △삼겹살 원조인 딸네집 △대폿집 수복집 △빵집 감천당과 청원제과 △충청일보 청주KBS 청주MBC △청주극장과 현대극장 등이 100여 장의 흑백사진, 지도와 함께 담겨 옛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청주문학의 태동기였던 1950년대 말 신동문 민병산 시인 등과 고교 문학모임인 ‘푸른문’ 학생들이 함께 열었던 시 낭송의 밤과 청주여고 재학시절 웅변대회를 휩쓸던 극작가 김수현 작가(현재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집필 중)의 이야기도 실렸다.
이 밖에 1970년대 지역 연극 발전을 위해 거액을 희사한 김은수 등 청주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다채롭게 담겼다. 성안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심천과 공마당, 청주역, 청주신사, 충북선, 서문동 주차장, 중앙극장, 명암풀장 등이 토박이들의 사연 속에서 새롭게 조명됐다. 이 책을 본 영화감독 어일선 교수(청주대 영화학과)는 “이 구술 자료집에는 지역 토박이 어르신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참신하면서도 독특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 다양한 아이디어와 소재의 보고(寶庫)”라며 “재단과 함께 서울 소재 영화사나 방송국에 이 스토리텔링북을 전파해 청주만의 문화브랜드를 확장하는 데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범덕 청주시장(문화재단 이사장)은 “이 책은 옛 기억을 길어 올리려고 최선을 다해 주신 토박이 어르신들의 애향심이 만들어낸 소중한 문화자산”이라며 “통합 청주시의 문화정체성 정립과 콘텐츠 제작에 의미 있는 사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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