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현대차 하청노조 불법파업” 사상최대 90억 배상 판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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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25일간 불법 점거했던 현대차 하청 노조에 9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90억 원은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판결액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울산지법 제5민사부(부장판사 김원수)는 19일 현대차가 이상수 당시 하청노조 지회장 등 27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불법 점거가 명백히 인정되므로 현대차 손실액 9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010년 11월 15일부터 12월 9일까지 25일간 울산1공장(엑센트 벨로스터 생산)를 불법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다. 회사는 당시 하청노조의 울산1공장 점거 농성으로 차량 2만7149대를 만들지 못해 2517억 원 상당의 생산 차질액(매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총 손실액인 2517억 원 전액을 청구하면 차량 종류별 원가 등 비밀 자료가 공개된다는 이유로 원가 등은 소송에서 제외하고 공장을 돌리지 못해 입은 고정비 손실만 청구했다. 현대차는 당시 점거에 대해 조합원 475명(중복 포함)을 상대로 총 203억 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중 이번 판결 대상이 된 27명에 대해선 90억 원을 청구했는데 재판부가 청구액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손실액 범위가 회사에서 청구한 금액 이상이지만 원고가 청구한 액수 이상을 판결할 수 없기 때문에 90억 원으로 한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비정규직 노조인 사내하청 노조는 현대차와 직접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아 당시 단체행동은 정당하지 않다”며 “사내하청 노조가 설령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당시 쟁의행위는 사회 통념상 용인될 정도를 넘어선 반(反)사회적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당성 없는 불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2010년 11월 파업 외에도 올해까지 사내하청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청구액은 223억 원이다. 19일 현재까지 법원은 총 115억6500만 원을 현대차에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 파견을 저지른 현대차를 처벌하지 않으면서 노동자에게 수십억 원의 배상 판결을 내린 울산지법은 현대차의 대변인”이라며 “회사 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울산지법의 편파성은 또 다른 사법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사내하청 노조는 판결문을 받는 즉시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는 ‘불법필벌(不法必罰)’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며 “이번 판결도 불법에 대해선 철저하게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법원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노조의 파업이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가장 많은 액수가 선고된 것은 2011년 3월 대법원이 코레일 노조에 대해 판결한 69억여 원이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현대자동차#하청노조#불법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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