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뉴타운 대안 주거환경관리사업 마친 성북구 소리-장수마을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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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침침한 골목은 훤해졌지만…

지난달 말 주거환경관리사업을 마친 서울 성북구 길음동 ‘소리마을’. 경사가 가파르고 지저분하던 골목길(왼쪽)을 보도블록과 목재 계단 설치, 담장 도색 등으로 깔끔하게 바꿨다. 서울시 제공
지난달 말 주거환경관리사업을 마친 서울 성북구 길음동 ‘소리마을’. 경사가 가파르고 지저분하던 골목길(왼쪽)을 보도블록과 목재 계단 설치, 담장 도색 등으로 깔끔하게 바꿨다. 서울시 제공
“어두침침하고 낡은 골목이 깔끔하게 정비되니 살맛 나네요.”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동 1170번지 일대. 지하철 4호선 길음역 7번 출구로 나오면 길음뉴타운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저층주택가가 섬처럼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낡은 주택가지만 골목은 예상보다 제법 산뜻했다. 차량 위주의 콘크리트 대신 걷기 편한 보도블록이 깔려 있었고, 담벼락은 하늘색으로 깔끔하게 정비됐다. 지난달 정비사업이 끝나면서 이름 없는 골목길 대신 ‘소리마을’이라는 예쁜 이름도 새로 얻었다.

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전면 철거하는 대신 저층주거지로 보전하면서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사업. 지난해 초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소리마을은 당초 길음 뉴타운 지구로 검토되다가 제외된 곳. 이후 주변에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마을이 급격하게 낙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성이 없어 재개발도 여의치 않았다.

시는 주민 50% 이상의 찬성으로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시작했다. 범죄 발생 우려 지역, 교통안전사고 다발지역, 쓰레기 무단 투기 우려 지역 등에 폐쇄회로(CC)TV 7대를 설치했다. 가파른 골목길의 경사를 완만하게 하고 목재 난간과 계단을 보완했다. 담장을 허물어 주차공간도 추가로 확보했다. 주민 이애재 씨(57·여)는 “전면 재개발을 주장하며 반대하던 주민들도 골목이 깔끔하게 정비돼 만족하고 있고 마을에 대한 애착도 커졌다”고 말했다.

5월 재개발예정구역에서 해제된 성북구 삼선동 1가 300번지 일대 ‘장수마을’도 5일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한양도성 인근 주거지로서의 역사적 특성과 마을 풍경은 보전하면서 낙후된 환경은 개선하는 정비사업을 마쳤다. 석유와 연탄에 난방을 의존하던 마을에 도시가스가 들어왔고, 낡은 하수관거도 정비됐다. 제설함, 소화전, 쓰레기 공동집하장 등도 설치해 주거환경의 쾌적성을 높였다.

시는 현재 45개 구역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추진 중이다. 마포구 연남동, 소리마을, 장수마을 등 3곳은 이미 마쳤고 서대문구 북가좌동, 동작구 흑석동, 도봉구 방학동 등 3곳은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전면철거방식이 아니어서 주거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는 않는다. 마을 내 공동체 회복도 과제다. 이 사업은 물리적인 환경개선 외에 마을공동체 회복을 최종 목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소리마을은 주민공동체 활성화 거점공간으로 주민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해 마을관리사무소, 마을카페, 문화체육공간, 지역아동센터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김동환 협동조합 간사(30)는 “432가구 가운데 109명이 조합으로 가입했다”며 “주거환경관리사업에 참여하며 마을을 위해 머리를 맞댔던 주민들의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지가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뉴타운 사업의 또 다른 대안으로 꼽히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1만 m² 이하의 가로구역에서 단독·다세대주택 등을 재정비하는 일종의 소규모 재개발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이 도입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시작된 곳이 없다. 조합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소유자의 90%가 사업에 찬성해야 하고, 7층까지만 지을 수 있다는 것이 한계로 꼽히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주거환경관리사업#성북구#소리마을#장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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