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개조한 아트플랫폼 문연뒤 예술 접목한 공방-카페-클럽 늘어
25∼27일 입주예술가 페스티벌… 스튜디오 공개해 주민체험 행사
1876년 외세에 의해 강제 개항된 인천항 주변의 인천 중구청 일대는 ‘개항장(開港場) 거리’로 불린다. 3, 4년 전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던 이곳이 요즘 역사 향기 그윽한 예술문화의 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100년 전 창고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인천아트플랫폼이 ‘거리 변신’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 입주 작가들의 지역 사랑
100년 전 창고를 개·보수해 만든 예술촌인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한 예술인들이 주민과 함께하는 ‘플랫폼 페스티벌 & 오픈 스튜디오’를 매년 열고 있다. 지난해 7월 스튜디오 오프닝 행사.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인천아트플랫폼은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지원을 위해 1년 단위로 스튜디오를 제공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4년째 운영하고 있다. 한 해에 40∼50명의 예술인이 스튜디오에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과 함께 인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이 매년 한 차례 주최하는 ‘플랫폼 페스티벌 & 오픈 스튜디오’에서는 예술인들의 활동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25∼27일 열리는 ‘2013 플랫폼 페스티벌 & 오픈 스튜디오’는 주민과 호흡하는 행사를 예년보다 많이 마련했다. 25일 오후 6시 반 아트플랫폼 야외공연장에서는 ‘플랫폼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개막행사가 열린다. 누구나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공연과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3일 동안 입주 작가들은 스튜디오를 공개한다. E-17호 노기훈 사진작가는 예술적인 증명사진과 프로필 사진을 유료로 촬영해주는 ‘일일 사진관’을 운영한다. E-10호 리금홍 조각가는 전각돌에 이름을 새겨주고, E-13호 이수영 행위예술가는 사주팔자를 봐준다.
고성능 카메라를 부착한 헬멧을 쓴 채 오토바이로 인천 곳곳을 누비고 다녔던 차지량 비디오작가는 ‘밤의 드라이브’라는 체험투어를 마련한다. 그가 제작한 인천기행을 감상한 뒤 저녁 시간에 희망자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월미도, 인천항 등을 돌아본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 전시회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A, B, H동 전시실에서 이어진다. 예술가, 학생, 시민을 대상으로 인천예술을 주제로 한 ‘UCC 동영상 공모전’이 다음 달 8일까지 진행된다. www.inartplatform.kr, 032-760-1006
○ 늘어나는 이색 공간
인천 중구 개항장 거리의 고택이 ‘모던 도쿄 1939’라는 이름의 건축물로 개·보수됐다. 이 집 주인과 친구들이 지난달 1930년대 드레스코드로 차려입고 준공 파티를 열었다. ‘인천 중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제공개항장거리에는 일제강점기 건물이 밀집해 있고 차이나타운이 형성돼 있었지만 한때는 ‘불 꺼진 거리’로 불릴 정도로 한적한 곳이었다. 그러나 인천아트플랫폼이 문을 연 2009년 이후 예술을 접목한 공방, 카페, 클럽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살던 정혜임 씨(39·여)는 4월 ‘인천아트플랫폼 창고세일’에 우연히 왔다가 개항장거리에 반해 집을 샀다. 1939년에 지은 중구청 바로 앞 허름한 이층집의 옛 모습을 최대한 살리는 개·보수 공사를 끝냈다. 정 씨는 인터넷 네이버 블로그에 ‘나의 적산가옥 리노베이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공사 진행 과정을 소개했고 지난달 준공 기념일엔 친구와 주민 30여 명을 초청해 파티를 했다. 정 씨는 “1939년 일본 조차지에 지어진 옛 건물이어서 건물 이름을 ‘모던 도쿄 1939’라고 지었다”며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친구들에게 1930년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준공 파티에 참석하도록 한 뒤 주민들과 함께 파티를 했다”고 소개했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 중에서도 개항장거리에 작업실을 마련한 예술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2기 입주 작가인 곽지영 도예가는 중구청 근처의 작은 공간을 ‘도예공방’으로 꾸몄다. 3기 입주 작가 웁쓰양(예명) 화가는 신포시장 내 상가 3층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대안적 문화예술 활동을 벌이고 있는 ‘꾸물꾸물 문화학교’, 미술 음악 무용 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떼아뜨르 다락’, 근대 건축물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민 ‘상우재’, 100년 전 근대 건축물에서 라이브 재즈공연을 하는 ‘버텀라인’ 등도 개항장거리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오혜미 인천아트플랫폼 큐레이터는 “개항장거리에 집 주인의 특이한 취향과 기호가 녹아있는 다양한 공간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이런 특이한 공간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문화지도’를 만들어 25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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